[매일일보=서태석 기자]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린 CEO들은 당연히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의 말이다.
오는 7월로 예정된 개정 노조법 시행에 따른 노동계 총파업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재계의 노동문제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 회장 선출이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월 19일 이수영 경총회장이 사의를 밝힌지 두 달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경총은 그동안 후임 회장 선출에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차기 회장에 의지를 내비치는 인사조차 없어 회장 선출을 위한 공식 회의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이는 경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노동조합 문제만 분리해 내, 탄생한 이른바 ‘한계성을 지닌 조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즉 노동계와 자연스럽게 대립각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친노동자적이었던 과거 정부 때와 달리 현 이명박 정부는 반노동자적, 친기업쪽에 가깝다는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평가를 받고 상황에서 괜히 ‘쓸데없는 부담감’을 안기는 부담스럽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실제 재계는 현 부회장단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들은 고개를 흔들고 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남용 LG전자 부회장·허동수 GS칼텍스 회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정준양 포스코 회장·이석채 KT 회장·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강덕수 STX 회장 등 부회장단은 차기 회장에 나설 뜻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각종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노동계 전체와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게 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차라리 ‘안하고 만다’는 것이다.여기에 지난해 12월 초 현대·기아차가 경총의 행보에 반발해 탈퇴한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총 탈퇴 이후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경총에 대한 불신감이 여전한데, 자칫 CEO가 회장을 맡게 될 경우 대기업간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경총이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상황을 겪고 있는 셈이다.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노동계 춘투가 예정된 상황에서 재계의 노동 현안을 풀어야 할 경총의 수장 자리가 비어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노동계의 공세에 맞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할 신임 회장을 하루빨리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미 민주노총은 7월 시행되는 개정 노동법 무력화를 위해 이달 말 총파업을 선언한 상황이다.경총은 최대한 빨리 후임 회장을 선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차기 회장이 빨리 선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총 한 관계자는 “(회장 선임을 위한) 이렇다 할 윤곽이 아직 안 나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