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묘지에 잔디 심어달라는 요구에 푸른 보리 입혀
지폐 속 ‘거북선’ 보여주며 조선소 건설위한 차관 도입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은 ‘불굴의 도전정신’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정 명예회장은 특유의 재치와 뚝심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사례가 부지기수다.◇겨울 묘지 파랗게 물들인 ‘보리잔디’1952년 1월, 당시 정 명예회장은 미군으로부터 한 가지 주문을 받는다. 유엔군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해 유엔군 묘지를 참배하려 하는데, 흙밭인 유엔군 묘역을 사절단이 도착하기 전에 파란 잔디로 덮어달라는 요구였다.전쟁이 지속되는 상황, 거기다 파란 잔디를 구할 길이 황량한 한겨울이지만, 정 명예회장은 한 가지 묘책을 생각해낸다. 겨울에 싹이 돋는 보리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곧바로 낙동강 연안 보리밭을 통째 구입, 파란 보리 포기들을 묘지에 그대로 옮겨 심었다.이를 계기로 정 명예회장은 미군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게 됐고, 이후 현대건설은 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미 8군 공사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수주하며 빠른속도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발상의 전환으로 고속도로 준공 맞춰1968년 2월부터 1970년7월까지 진행된 경부고속도로 공사는 서울∼수원, 수원~오산 등 단계적인 개통이 이뤄졌다.하지만 대전공구의 당재터널을 뚫으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공사에 필요한 대형장비를 투입하지 못할정도로 지형이 좋지 않았고, 암질이 단단해 터널을 뚫다가 인명사고까지 발생한 것.약속했던 완공일정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 명예회장은 값은 비싸지만 20배는 빨리 굳는 조강 시멘트를 공사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상황을 바꾼다. 이를 통해 세계 최단기간인 2년5개월 만에 428Km의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게 됐다.지폐 속 ‘거북선’ 보여주며 조선소 건설위한 차관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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