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표현 함부로 쓰면 원수 된다?
[매일일보=김시은 기자] 한해 국내에서 결혼하는 커플의 수는 32만여명, 이중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결혼하는 커플은 1년에 2만~3만쌍 정도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혼정보업체의 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 보건복지부에 따른 국내 결혼정보업체의 수 만해도 전국에 863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서 너개를 제외한 업체들 말고는 대부분 영세업체들로 조건을 갖춘 배우자를 찾는 남녀들은 유명업체들을 방문하고 있다. 이성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는 이유에서다. 덕분에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유명업체들 간의 경쟁은 그야말로 피 터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이에 <매일일보>이 6년째 지지부분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유명결혼정보업체 듀오와 선우의 명가 지존 싸움을 파헤쳐봤다.
선우 “1위 표현으로 업계 질서 흔들고 소비자 현혹, 용납 할 수 없어”
듀오 “1위 흠집 내 노이즈 마케팅하려는 전략, 먼저 쓴 게 누군데?”
1위표현 선우가 먼저?
선우와 듀오의 ‘1위 표현’ 싸움의 배경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일일보>이 만난 듀오 관계자는 “1위 표현은 듀오가 아니라 선우가 먼저 썼다”고 말했다. 지난 1991년 개업한 선우는 승승장구하며 결혼 업계의 선두로 우뚝 섬에 따라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신문지면 등에 1위라는 표현을 사용해 광고를 했다. 예컨대 <매일일보>입수한 지난 2003년 신문자료에 따르면 선우는 ‘결혼정보업계 3관왕’이라고 한 다음, ‘결혼성공률 1위, 교제성공률 1위, 결혼커플수 1위’라고 광고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광고가 동종업계인 닥스클럽의 요청으로 문제가 됐던 것.지난 2003년 공정거래위원회는 선우에게 근거 없는 1위 표현에 대한 허위·과장 광고라며 시정조치를 내린다. 더 이상 1위 표현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선우. 설상가상으로 뒤이어 개업한 듀오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지난 2003년 공정위의 업계 실적공개로 선두를 탈환한 듀오는 지난 200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회원수 No.1, 성혼커플수 No.1’이라는 광고를 해오며 업계 1위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 사이 선우가 수십 차례 듀오에게 공문을 보내 ‘근거 없는 표현’이라며 삭제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듀오는 1위 표현을 계속해서 써왔고 참다못한 선우는 지난 2004년 공정위에 조사를 부탁했다. 선우의 요청으로 이번엔 듀오의 실적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선우와는 반대로 듀오의 1위표현이 표시광고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선우는 이에 승복하지 못했다. 바로 다음해 공정위의 조사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헌법재판소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005년 헌법재판소 역시 공정위의 판결이 문제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선우는 듀오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으나 검찰은 지난 2009년 듀오의 결혼중개업의관리에관한법률혐의와 업무방해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내린다.가짜를 진짜로 둔갑?
사실 법원이 이러한 판결을 낸 데에는 가입비를 받고 회원 가입을 받아 결혼을 위한 회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방법으로 운영되는 결혼정보업체의 특성상 회원수와 성혼커플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매일일보>이 입수한 판결문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있었는데 “회원들이 결혼중개업체에 가입함에 있어 소개받을 수 있는 회원의 수, 당해 업체의 소개로 인해 결혼에 이른 회원 수에 대한 외부의 일반적 평가는 중요하다”며 “광고를 계속하는 경우 선우가 회원모집에 있어 열위에 놓이게 되고 그 정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어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듀오의 ‘1위 표현 광고’는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표시 광고법을 위반한 허위·광고 또는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선우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듀오가 지난 6년간 이 광고를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를 혼란케 하고 동종업체간의 공정한 경쟁의 룰을 훼손시켜 큰 피해를 야기했다”며 “회원수와 결혼수가 많다는 인식이 영업에 유리하다는 점을 악용해 객관적 근거도 없는 ‘자칭 1위’광고를 계속해오다 결국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특히 법원은 듀오에게 1위라는 표시광고에 대한 입증책임을 물었다.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합리적 객관적 근거에 따른 실증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듀오가 제시한 자료만으로는 1위임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선우는 서면을 통해 “수백개의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혼자만 살겠다고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켜 사회를 기만해온 행위는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확립, 나아가 사회정의 차원에서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듀오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듀오는 “언론을 통해 선우와 듀오가 마치 1위 경쟁을 하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듀오가 1위가 아니고 타 업체가 1위인 것으로 오해돼 전파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선우가 듀오를 흠집내기 해 노이즈 마케팅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공정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통화에서 “듀오에 직접 나가 회원관련 리스트와 호적등본 등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실사자료를 모두 확인해 결정 내린 사안이었다. 오히려 듀오보다 선우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난감했다”고 기나긴 싸움을 목격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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