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대비 가계부채 신흥국 1위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가장 먼저 취약한 신흥국 기업들의 달러부채가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장 취약한 신흥국으로 브라질과 터키,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꼽았다.
1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12개 신흥국의 비금융 기업부채는 23조4850억 달러로 이중 달러부채는 10%인 2조3485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비금융 기업부채가 17조2730억 달러로 가장 많았지만, 이 중 달러 부채비율은 5%에 불과했다. 한국의 비금융기업부채는 1조4230억 달러 규모로 12개 신흥국 중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았지만, 이 중 달러 부채비율은 8%였다. 반면에 멕시코나 인도네시아는 비금융기업부채가 각각 2590억 달러, 1900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달러부채 비율은 각각 66%와 52%에 달했다. 터키는 비금융기업부채 3980억 달러 중 달러 부채가 33%, 러시아는 7420억 달러 중 29%,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110억달러 중 14%, 말레이시아는 1990억 달러 중 10%를 각각 차지했다.신흥국의 비금융기업부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특히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이 163.1%로, 2009년 말에 비해 39.9%포인트 폭등했고, 터키는 58%로 27.4%포인트, 브라질은 49%로 15.3%포인트 각각 뛰었다. 한국의 GDP대비 비금융기업부채 비율은 105.3%로 상대적으로 높은 축에 속했다. 신흥국의 경우 기업부채 중 특히 달러부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제기되고 있지만, 한국은 가계부채가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의 GDP대비 가계부채는 신흥국 중 압도적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정상화가 지속돼 시차를 두고 한국의 시중금리에 반영된다면 한국은 가계부채발 신용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BIS에 따르면 한국은 올해 2분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5.7%로 전분기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중국(37.9%)이나 브라질(25.7%), 러시아(18.5%)는 물론 주요 신흥국 태국(70.5%), 말레이시아(70.1%), 홍콩(66.6%), 싱가포르(60.5%) 등을 훨씬 웃도는 수치로 18개 신흥국 중 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선진국의 평균 74%를 웃도는 것은 물론, 신흥 아시아의 40%에 비해 2배에 이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의 72%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했다. 딩딩 IMF 아태국 선임연구원은 한국은행·IMF 공동 주최 콘퍼런스에서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의 가파른 부채 증가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부 아시아 국가들의 부채위험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시 수준에 근접해 미국과 유럽에 비해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가계대출은 앞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으로 이자율 상승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신흥국으로는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꼽혔다. 이들 3개국은 2008년 이후 달러 채권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1년 전보다 급증해 만기 도래시 상환 위험이 큰 편이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은 이미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급락으로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 위기가 진행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미 국제신용평가사들 중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주요 신흥국 중 인도네시아와 러시아, 터키, 브라질을 투자부적격인 투기등급으로 분류했다. 무디스는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우크라이나를 투기등급으로 강등했고, 피치도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에 투기등급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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