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서 외국인 자금유출 3분기에 338억달러…7년만에 최대
[매일일보 이경민 기자] 올 3분기에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유출됐다. 한국에서는 중국과 필리핀을 제외한 15개 신흥국 중 가장 많은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정상화 과정이 시작되면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 강도는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3일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에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338억 달러(약 40조원)가 순유출됐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4분기(-1194억달러) 이후 7년만에 최대다. 신흥국에서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200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전체로는 신흥국으로의 자금이 순유입을 기록하겠지만, 그 규모는 2008년 이후 가장 작을 것으로 IIF는 추정했다. 국가별로 보면 3분기에 한국에서 109억 달러(약 12조8000억원)가 유출돼 7월 이후 자료가 없는 중국과 필리핀을 제외한 15개 신흥국 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6월에만 110억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보다 유출 규모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에서 76억 달러를, 채권에서 32억 달러를 각각 빼갔다. 한국에서의 자금유출이 많았던 것은 한국증시가 신흥국 중 개방정도가 높아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운데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성장둔화에 가장 취약하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이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모두 3조5100억 달러(4147조원)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3∼2007년 1조7900억 달러에 비해 신흥국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은 2배로 늘어났다. 특히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1조1800억 달러로 급증해 2003∼2007년 유입액 2600억달러의 4.5배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신흥국으로의 자금유입이 대출 형태가 많았던 데 비해 위기 이후에는 채권에 대한 투자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장기채권 금리의 상승세 전환은 신흥국으로부터 투자자금의 이탈을 불러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자원수출국은 원자재와 유가급락으로 이미 고전하고 있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급격히 유입된 채권투자자금은 신흥국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신용위험이 커지면 만기 이전에라도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어 문제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신흥국보다 미국 등 선진국에 문제가 생겨서 안전자산 선호, 유동성 확보 등의 차원에서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갔지만, 지금은 신흥국이 취약한 상태여서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은 이미 자본유출, 통화가치 급락과 더불어 마이너스 성장에 빠져들어 위기가 진행중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터키 등도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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