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 ‘돈 많은’ 롯데 하는 일마다 ‘삐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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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돈 많은’ 롯데 하는 일마다 ‘삐거덕’
  • 한종해 기자
  • 승인 2006.06.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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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개발에 영세상인들 ‘피눈물 흘려’
150m 밖으로 옮겨진 가판매제앞으로 어떻게 먹고 사나
사전 통보 없는 구두박스 폐쇄…문제 커지자 돈으로 마무리?

롯데백화점이 민원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있는 곳 마다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영등포점 롯데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가 급히 작동하는 바람에 70대 노인이 사망했고 6월에는 명동 영플라자에서 높이 2m의 유리 출입구 문짝이 갑자기 떨어져 나와 한아무개(28)씨를 덮쳐 머리와 팔에 상처를 입는 등의 안전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에서는 지하상가 상인들과의 마찰이 있었고 특히 이번엔 서울 미아삼거리역에 10층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서 노점상과의 마찰이 일어났다.

미아삼거리역 주변은 이미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입지를 선점한 가운데 강북 개발 분위기와 맞물려 롯데백화점이 후발주자로 뛰어든 형국이다. 하지만 이 곳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서면 자신들이 일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사람들이 있다. 이미 롯데건설 등과 한판 싸움을 벌였던 노점상인들은 물론이도, 한 영세상인과 구두수선공도 ‘빽 없고 돈 없어’ 서러운 눈물만 훔치고 있다. 사건이 커지자 롯데백화점에서 보상을 해 주기로 결정했다.

◇강제로 옮겨진 가판매점 = 미아삼거리역 근처에서 가판매점을 운영해온 노인희(79) 할아버지의 사연은 눈물을 훔치게 한다. 할아버지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가판매점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매점이 있던 주변에 롯데백화점이 신축되고 있어 자리를 옮기는 문제로 고민이 깊어가던 차였다.

노 할아버지의 가판매점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 누군가 강제로 옮겨놓은 게 분명했다. 그는 가판매점 처리 문제로 고민하고 있던 롯데 건설 측을 지목했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가판매점을 옮기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강제로 옮겨짐 자리는 하루 유동인구가 200명도 안되는 곳이다. 유동인구 수에 따라 수익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다. 자신이 투자한 권리금마저 회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1999년 4월, 그동안 모아둔 돈 5천만원을 투자해 지금의 가판매점을 넘겨받았다. 노후 생계수단으로 가판매점을 선택한 것이다. 최근에는 퇴직한 아들과 함께 가판매점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새벽 6시에 출근해 저년 10시에 문을 닫는다.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월수입은 20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한 명단 100만원 꼴이다.

그는 강제로 옮겨짐 가판매점 앞면에 붙인 호소문에서 “힘없는 자는 말 한마디로 못하고 밟히고 당하고 있다”고 적었다.

◇사전 통보 없이 구두박스 폐쇄 = 롯데는 노 할아버지의 가판매점만 할퀴고 간 게 아니다. 구두수선공인 김명수(49)씨도 피해자였다. 그의 구두박스는 사전통보도 없이 폐쇄됐다. 법적 권한이 전혀 없는데도 롯데건설 측에서 그의 구두박스 주변에 공사용 울타리를 쳐 버렸기 때문이다.

김씨의 구두박스는 서울시로부터 영업허가를 받아 1년에 30여만원의 도로점용료까지 내며 운영하고 있는 ‘합법적’인 일터다.

롯데건설측은 ‘안전하고 원활한 공사를 위해서’라며 백화점 부지 앞 인도를 펜스로 둘러쌌다. 관할 강북구청은 ‘도로 확장을 위해 기부 채납 한다’는 조건으로 이를 허가했다. 현장소장은 “공사는 허가대로 할 뿐, 김씨 문제는 구청이나 백화점이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불법 노점상이라면 보상하겠지만, 김씨와 관련해서는 구청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본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강북구청 담당자는 “건설사가 건축허가를 받기 전 ‘김씨 문제를 해결 하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며 “원인 유발자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반박했다.

당연히 그 이후 김씨는 장사를 할 수 없었다. 그는 약 30년간 구두수선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왔다. 현재의 위치에 자리를 잡은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목이 좋다는 지하철역 출입구 옆이어서 장사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월수입은 200만원 정도. 부부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좀 작은 수입이다. 하지만 이 일터를 통해 여섯 식구의 생계를 책임진다고 생각하며 성실하게 일해 왔다.

갑자기 일터를 잃자 김씨는 공사현장에 가서 호소도 해봤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귀찮다는 듯 대화도 하지 않는 현장소장의 차가운 시선만 돌아올 뿐이었다. 개발은 이들의 일터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할퀴고 지나간 것이다.

하지만 롯데건설 측은 이들의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10층 백화점 완공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정 아무개 현장소장은 가판매점의 강제 이동에 대해 “우리가 한 게 아니다”며 “불법 노점상인들이 옮겨놓았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김명수씨 구두박스 폐쇄와 관련 “구청과 수 십 번 협의했다”며 거듭 합법적인 조치임을 강조했다. 강북구청 선설 관리과 가로정비과 관계자는 “사건이 커지자 롯데 측에서 6월2일, 롯데백화점 건설기간동안의 보상금과 건설후의 장사보장을 약속했다”고 밝혀왔다.

롯데건설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가판매점 강제이동은 노점상들이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뒤 “롯데건설은 공사만 하고 사업주체는 롯대백화점이다” “책임은 사업을 허가한 강북구청에게 있으나 롯데건설과 롯데백화점이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여 경찰입회하에 노점상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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