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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수빈 기자] 선진국은 빠르게 부채를 축소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에서는 여전히 빚이 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21일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신흥시장 부채 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선진국의 총부채(정부, 가계, 금융기업, 비금융기업)는 12조달러가량 줄어 237조달러를 기록했다. 부채 총액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5%이다.반면 신흥국에서는 모든 부문에서 부채가 늘었다.작년 말 신흥국의 총부채는 62조달러(GDP의 210%)로 1년 사이에 1조6000억달러가 불어났다.IIF는 “신흥국의 높은 부채는 앞으로 신흥국의 성장을 제약하게 될 것”이라면서 특히 “기업부문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잠재적으로 커질 수 있어 투자자 우려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IIF는 “선진국의 높은 부채는 지난 몇 년간 글로벌 경제에 주요 걱정거리 중의 하나였지만, 금융위기 이후 특히 금융부문의 부채 축소 과정이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신흥국은 2014년보다 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했지만 비금융 부문의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달러화 부채가 아닌 자국 통화로 발생한 부채다.작년 말 기준 신흥국의 비금융 부문 부채는 25조달러(GDP의 100%)를 넘어섰다. 신흥국의 GDP 대비 비금융부문 부채 비율은 1년간 6.5%포인트 상승했다.반면 선진국의 비금융회사채는 GDP의 87% 수준으로 증가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IIF에 따르면 올해 4~12월 만기 도래하는 신흥국의 부채는 약 7300억달러로 이중 2240억달러가 달러화 표시 부채다. 또 2017년에는 역대 최고치인 총 8900억달러의 부채가 만기 도래할 예정이며 이 중 3분의 1가량이 달러화 표시 부채다.신흥국의 비금융부문 기업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요인 중 하나로 중국의 부채 급증이 꼽힌다. IIF는 중국의 기업 부채는 현지 통화로 차입되는 것으로 특히 작년 하반기 현지 통화로 1조달러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또 중국 기업은 작년 하반기 7000억달러가량의 외화 부채를 갚았다. 이는 순자본유출액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IIF는 “중국의 자본유출이 올해 1월 이후 위안화의 안정으로 둔화했으나 비금융기업이 보유 중인 외화부채 9000억달러가량이 지속적인 상환 압박을 받는 것이 추가적인 자본유출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신흥국 부채 가운데 가계부채 또한 뇌관으로 꼽힌다.신흥국의 가계부채는 작년 한 해 동안 3350억달러가 증가해 8조 달러를 넘어섰다.이는 GDP 대비 35%로 정부부채 비율인 45%보다는 낮지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5~20%보다는 크게 증가한 수치다.IIF는 많은 신흥국 가계가 초저금리를 활용해 차입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도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진단했다.특히 중국과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빨랐다.중국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말보다 3.59%포인트, 한국은 3.45%포인트 상승해 19개 신흥국 중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한국의 1인당 가계부채가 2만9000달러(약 3371만원)로 신흥국 중 세 번째로 많았다.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말 기준 가계부채는 전년 대비 122조원 늘어난 1207조원에 달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이다.IIF의 트란 수석전무는 “한국의 부채 수준이 단기적으로 부채 위기를 초래할 위험은 크지 않지만, 가계 부문과 기업부문의 부채 증가 추세는 면밀히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