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M&A와 ‘구조조정 충당금’걱정에 실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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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M&A와 ‘구조조정 충당금’걱정에 실탄 준비
  • 송현섭 기자
  • 승인 2016.05.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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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자회사 지원위해 회사채 발행 등 자본 확충방안 모색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금융지주사들이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기업 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의 충당금 부담을 우려해 실탄 마련에 속속 나서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지주는 지난 3월 1100억원, 4월 1500억원 등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올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에 드는 자금규모에 맞춰 추가발행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는 농협지주가 기업 구조조정으로 충당금 적립부담이 커진 자회사 농협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행보라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충당금 부담이 가중되는 자회사 농협은행에 직접 출자하는 방식으로 자금확충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총 26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추가 발행이 예상된다”고 말했다.그는 또 “농협은행이 충당금을 적립하고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자본으로 인정되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발행하고 있지만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농협지주 회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을 포함해 농협은행이 그동안 해운·조선사들에 대한 여신을 늘려 현재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돼있다는 것 때문이다.농협은행은 사실상 법정관리로 처리될 STX조선해양에 물려있는 자금이 1조3000억원대에 이르고 있지만 올 4월말 6700억원 정도만 충당금으로 적립돼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운·조선 등 기업 구조조정으로 이들 산업에 대한 여신규모가 큰 우리·하나·농협은행 등 3개 은행을 중심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커지게 되면 BIS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따라서 농협지주는 물론 농협중앙회 역시 실탄 확보에 나서 충당금 부담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농협은행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조선·해운업 등 5대 취약업종을 거론하며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빅배스(Big Bath)’ 방침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 의사에도 불구, 미국의 금리인상 및 중국 기업채권의 부실화 우려 등으로 회사채시장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따라서 STX조선해양을 필두로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로 가는 상황에서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부담은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든 은행들이든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해놨다고 주장하지만 여신등급이 한 단계만 조정되더라도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어느 시중은행이라도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부실채권 문제에 낙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금융권과 유관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12조6000억원의 가장 많은 여신이 물려있으며 산업은행이 6조3000억원, 농협은행의 경우 1조4000억원을 각각 대출하고 있다.또한 하나은행이 8250억원, 국민은행 6300억원, 우리은행 4900억원, 신한은행 2800억원 등 이들 시중은행이 대우조선에 물려있는 대출이 무려 2조2250억원으로 파악된다.채권자인 은행들은 현재 조선업종 기업들의 여신등급을 정상 또는 요주의 등급으로 분류해 놓고 있어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단계로 하향 조정되면 충당금 적립부담은 크게 늘어난다.이 때문에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가 회사채 발행 등의 방식으로 이들 은행의 자본확충에 속속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작년 1조7000억원, 올 상반기 8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올 하반기 신한금융투자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예정돼있어 추가 발행 가능성이 높다.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올 상반기 발행한 회사채는 조흥은행·LG카드 인수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차환 발행분이 존재한다”고 언급해 추가 발행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KB금융지주 역시 이달 현대증권 인수를 위해 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작년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1조2950억원, 올초 6000억원 등 모두 1조8950억의 회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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