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국내기업 사내유보금 증가속도 떨어져 취약”
[매일일보 송현섭 기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는 사내유보금 감축 및 배당 확대정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사내유보금의 의미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업이 과도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속설은 틀렸고, 오히려 사내유보금 증가속도가 뒤처진다고 밝혔다.
특히 한경연은 최근 기업 구조조정에서 보듯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자금조달 노력이 필요한데 정치권 일각의 사내유보금 과세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논리를 제시했다.보고서는 한국과 미국·중국·일본 등 4개국의 시가총액 500대 비금융기업의 이익잉여금 변동추이를 분석한 결과 절대적인 액수나 증가속도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사내유보금은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상 이익잉여금 계정으로 계상되는데 일정기간 수익이 축적됐지만 주주에 대한 배당 등으로 지출되지 않고 해당 기업에 남은 축적된 수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시총 500대 기업의 이익잉여금은 4조942억달러였고 일본은 1조4957억달러, 중국 7817억달러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058억달러로 가장 낮았다.같은 기간 이익잉여금 증가율은 일본 13.6%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 4.3%, 미국 1.9%이었고 우리나라는 1.1%로 역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그나마 자산 대비 현금비율은 일본 13.7%, 중국 13.5%, 한국 12.5%, 미국 7.1% 등 순으로 집계돼 국내기업이 미국의 기업에 비해 5.4%포인트 높은 수준을 보였다.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이익 창출력이 줄어들었다”며 “시총 500대 국내기업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익잉여금 대비 현금비율이 40.8%에 불과해 재무적으로 취약하다”고 설명했다.김 부연구위원은 “나머지 59.2%는 설비투자 등의 형태로 남아있다”며 “국내기업의 현금 보유액도 규모나 보유비율 등에서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또 “갈수록 경제위기 발생주기가 짧아지는 상황에서 위기에 대비하려면 기업들이 적정한 수준의 현금을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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