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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진희 기자]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유조선에 대한 선수금환급보증(RG)을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서로 미루던 은행들이 한 달 반 만에 합의를 봤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하나·우리·신한·농협·기업·국민은행 등 8개 은행으로 구성된 현대중공업 채권단은 지난 21일 RG 발급 방안을 확정했다.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국민은행도 동참한다.현대중공업은 지난달 9일 그리스 선주(船主)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했지만 한 달 반 가까이 RG 발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이번 RG 발급이 늦어진 것은 순번 결정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이 RG를 원활히 발급받을 수 있도록 최근까지 현대중공업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순서대로 RG 발급 순번을 정하자고 제안했다.그러나 1순위인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 등 조선업 여신 부실로 올해 상반기에만 3290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라 새로 보증을 서기 어렵다며 완강하게 버텼다.은행들은 논의 끝에 농협은행을 올해까지만 RG 발급 순번에서 제외해주고 내년부터 참여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고 나서도 어느 은행이 먼저 RG를 발급할지를 두고 채권은행간 눈치보기가 한동안 지속됐다.결국 농협 몫 보증은 하나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절반씩 나눠 부담하게 됐다. 다음 순번인 국민은행도 RG를 발급한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세 은행이 발급해야 하는 RG 규모는 1200억∼1300억원이다.현대중공업이 또 다른 배를 수주한다면 그때는 하나·수출입·국민은행을 제외하고 조선업 여신을 가장 많이 줄인 은행이 RG 발급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