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弱하게 길게 이어지는 경기부진…국민 체감고통 더 나빠”
[매일일보 김현정 기자] 한국의 경제 주요 지표들이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지원을 받게된 1997년 수준으로 잇따라 곤두박질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다.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장기백수 비중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늘어났다. 법원 파산관리 기업 규모는 이미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했으며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근로자와 기업 모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 청년·장기실업 고공행진…‘외환위기 때와 판박이’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3%포인트나 껑충 뛰었다.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1999년 8월 10.7%를 기록한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청년실업률 역시 지난 6월에도 10.3%를 기록해 1999년 6월(1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청년실업률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같은 달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하반기에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하는 모양새다.설상가상으로 6개월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백수’의 증가세도 이미 외환위기 수준에 육박했다.지난달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는 1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이나 증가했다.장기실업자 증가 폭은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최대, 실업자 수는 1999년 8월 27만4000명을 기록한 이후 같은 달 기준 최대치이다.지난달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율도 18.27%로 급증해 IMF 위기 당시인 1999년 8월(20%)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고용시장의 악화는 직·간접적으로 가계소득의 정체와도 맞물려 움직인다.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명목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증가한 데 그쳤다.
가구소득 상승률은 2014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2∼5%대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3분기 0.7%로 뚝 떨어진 뒤로 4분기 연속 0%대를 맴돌고 있다.◇ 파산급증·신용등급 강등…산업 통계도 ‘IMF 위기 수준’예사롭지 않은 경기침체 징후는 산업 지표 곳곳에서도 감지된다.지난해 신용평가사들이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은 159곳으로, 전년보다 26곳 늘었다.신용등급 강등 업체 수는 2010년 34개사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4년 133곳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160곳에 육박했다.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71곳이 강등된 이래 17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다.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제조업 엔진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지난해 연간 제조업 가동률은 74.3%로 1998년 67.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올해 2분기에는 제조업 가동률이 72.2%까지 떨어져 1999년 1분기(71.4%)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근접하는 모습이다.시장에서는 현재 경기 불황이 외환위기 때와는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일부 부문은 외환위기 직후 수준만큼 나쁘다는 진단을 내렸다.1997년 외환위기가 짧고 강한 충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최근 경기 부진은 충격은 덜하지만 더 길게 이어지고 있어 국민이 느끼는 체감 고통이 더 나쁠 수 있다는 분석이다.현대경제연구원은 “1997년 외환위기는 충격이 확실히 강했지만 1년∼1년 반가량 단기적인 영향으로 끝났다”며 “현재 충격의 강도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약하지만 2%대 저성장이 굳어지는 등 경기 부진이 너무 길어 국민의 체감 경기가 더 좋지 않아진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전문가들은 체감 경기를 살리는 동시에 투자 유도와 서비스업 활성화 등 선제 정책으로 ‘경기 살리기’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가 살아나려면 수출이 잘 되길 바라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수출을 살릴 수단은 마땅하지 않다”며 “다만 내수 심리가 악화하는 것을 막고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펴고 서비스업 활성화로 더 많은 일자리가 나오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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