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홍진희 기자] 금융공공기관 노동조합이 법원에 신청한 성과연봉제 가처분 판결을 앞두고 금융위가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보수 지급시기를 돌연 1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노조측은 금융위가 법원 판결을 앞두고 가처분 판결에 영향을 주려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에 공문을 보내 “2017년에는 성과연봉제 시행에 대비해 올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고, 2018년부터는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마련한 성과연봉제 보수체계에 따라 성과급 등 보수가 차등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지시했다.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원은 개인 성과평가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기 때문에 내년에 바로 바뀐 보수체계에 따른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보고 2018년 지급을 허용한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도 국장은 “세 곳은 기타 공공기관이라 2017년부터 성과급 지급을 시작하라는 기획재정부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가운데 준정부기관인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예금보험공사 등 5곳은 내년부터 성과연봉제 보수체계에 따른 성과급 지급을 시작한다.당초 금융위는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한 이후 9개 금융공기업에서 과반수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시행시기를 1월 1월로 명시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금융노조 산업은행·기업은행 지부 등은 노조와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불법으로 보고 지난 10월 법원에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시행시기 유예를 실시한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곧 법원에서 판결이 나올 가처분 신청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금융노조는 지난 26일 성명서를 발표해 “사측에 금년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고 강요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선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막기 위해 성과연봉제 시행 시기를 내년이 아닌 2018년이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성과연봉제 강행을 중단시킬 수도 있는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불순한 의도다”고 덧붙였다.금융노조 관게자는 “금융위가 이제 서야 성과연봉제 시행 시기를 원래부터 2018년이었던 것처럼 호도한 것은 노조 측이 제기한 성과연봉제 강행 중단 가처분 결정이 얼마 남지 않았고, 사측의 위법성도 뚜렷해 가처분이 인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금융노조는 또 “성과연봉제에 의한 보수 차등지급은 내년이 아닌 2018년부터이므로 법원이 연말까지 가처분을 인용해야 할 시급성도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한편 당초 지난 23일까지 법원이 기업은행 노조가 신청한 가처분신청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중에 판결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기업은행의 가처분 판결을 선두로 수출입은행·산업은행·주택도시보증공사·신용보증기금 등이 낸 가처분신청도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