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봄 향기 가득한 어느날 밤, 겨우내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별빛을 벗 삼아 고궁을 거닐어보자.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한국문화재재단이 주관하는 상반기 <대장금과 함께하는 '경복궁 별빛야행'>이 오는 20일부터 4월 14일까지 1일 2회 진행된다.
‘경복궁 별빛야행’은 궁궐 문화콘텐츠 다양화를 목적으로 궁중음식 체험과 전통공연, 경복궁 야간해설 탐방이 결합한 특색 있는 행사로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여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행사 당시, 2016년 시범사업으로 15일만 운영되어 큰 아쉬움을 남겼는데, 문화재청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확대 운영해 문화유산의 활용과 가치를 확산시키고 더욱 많은 이에게 궁궐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본격적인 야간탐방에 앞서 궁궐의 부엌인 소주방에 들러 왕과 왕비의 일상식인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슭수라상‘을 맛보게 된다.
‘도슭’은 도시락의 옛말로, 이번 행사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한국의집’에서 재현한 조선의 왕이 먹던 일상식인 ‘수라상’을 고급스러운 4단 유기합에 담아낸 궁중음식이다. 맛있는 수라상을 즐기는 동안 국악공연이 함께 펼쳐져 맛과 멋의 풍류로 가득한 밤이 될 것이다.
소주방에서 궁중음식 체험을 마치면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경복궁 후원으로의 즐거운 탐방이 시작된다. 먼저 별빛야행에 온 손님에게 특별히 허락된 ‘집경당․함화당’ 내부관람 후 은은한 별빛 아래 환하게 불을 밝힌 아늑하고 여성적인 분위기의 ‘향원정’에서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의 정취를 감상한다.
또한 양옆 벽을 벽돌로 쌓아 만든 청나라풍 건축양식의 건물인 고종의 서재 ‘집옥재’에서는 궁궐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자리를 옮긴 관람객들은 달빛을 받아 연못에 비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한 경회루의 누상에 올라 고요한 밤하늘과 함께 감상하는 수려한 독주를 들을 수 있다. 평소 관람이 허락되지 않은 경회루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전통음악을 듣는 경험은 ‘경복궁 별빛야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상반기 ‘경복궁 별빛야행’은 오는 20일을 시작으로 경복궁 휴궁일(매주 화요일) 등을 제외하고 4월 14일까지 진행되며, 1일 120명(회당 60명/1일 2회)이 참가할 수 있다.
[관람동선]
첫 번째 장소: 근정전
근정전은 경복궁의 정전(正殿)으로서 왕이 부지런히 정치에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 왕조의 위엄을 상징하고, 궁궐 전각 중의 으뜸인 근정전은 국가의 공식 행사나 의례가 치러지던 곳이다.
두 번째 장소: 소주방
대장금과 함께하는「경복궁 별빛야행」은 소주방에서의 궁중음식 체험으로 시작된다. 전통예술 공연이 울려 퍼지고, 왕과 왕비의 일상식이었던 12첩 반상을 재해석한 ‘도슭수라상’이 반상에 오른다. 소주방은 경복궁에서 음식을 조리·보관·제공하던 공간으로 약 100년 만에 복원되어 2015년 5월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었다.
세 번째 장소: 교태전, 아미산 굴뚝
교태전은 왕비의 휴식공간인 동시에 공식적인 업무가 이루어졌던 공간이다. 교태전 건물 뒤편으로는 아미산이라는 후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왕실 여성들이 구중궁궐 안에서도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네 번째 장소: 자경전 꽃담, 십장생 굴뚝
자경전은 경복궁의 침전이며 대왕대비가 거처하였던 대비전이다. 자경전 꽃담에는 다채로운 그림과 글자, 무늬가 표현돼 있으며, 단정하고 정연한 모양새가 매우 아름다워 조선의 꽃담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뒷마당에 있는 굴뚝은 십장생과 길상 무늬를 부조하여 만든 구조물이다.
다섯 번째 장소: 함화당ㆍ집경당
중궁전인 교태전 북쪽에는 흥복전과 여러 빈(嬪)의 거처인 후궁영역이 있었다. 이 영역과 관련 있는 내전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은 고종대에 중건된 함화당ㆍ집경당이 유일하다. 경복궁 별빛야행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내부까지 공개한다.
여섯 번째 장소: 향원정
경복궁 북쪽의 후원 영역에는 향원지라는 네모난 연못이 조성되어 있고, 그 가운데 향원정이 있다. 고궁의 밤에 만나는 연꽃으로 가득 덮인 연못 위에 아늑하고 여성적인 분위기의 향원정을 만날 수 있다.
일곱 번째 장소: 집옥재
서재와 외국 사신 접견 장소로 사용하던 집옥재는 양옆 벽을 벽돌로 쌓아 만든 청나라풍 건물로, 밖에서 보면 단층으로 보이나 내부는 중 2층으로 되어있다. 궁궐 속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져 일반인에게 내부가 공개된다.
여덟 번째 장소: 경회루
경복궁의 고즈넉함을 온전히 느끼며 산책로를 걷다 경회루를 만난다. 경회루 서쪽 뒤편 연못에 비친 경회루의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경복궁 별빛야행의 백미를 장식하는 곳으로, 경복궁의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담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특별한 순간이 될 것이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지난해 첫 선을 보인 ‘경복궁 별빛야행’이 국민의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창덕궁 달빛기행’과 함께 대표적인 궁궐 야간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쏟아지는 별빛 아래 고즈넉한 저녁 궁의 운치를 한껏 느끼며, 경복궁만이 지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뜻깊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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