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이사회 상정 여부도 불확실, 노조와 재일동포 주주 “문제제기 절차·방법 옳지 않아”
[매일일보] 신한지주 ‘신상훈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 상태로 빠져들었다. 신한금융지주측은 6일 “이사회 개최 날짜와 해임안 상정 여부 등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곤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신한은행(행장 이백순)은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 및 신한은행 직원 등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 사장 해임을 위한 내부 여론조성 작업은 처음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업계에 따르면 이백순 행장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튿날인 3일 일본 오사카를 찾아 재일동포 주주들에게 신 사장 해임 배경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주들의 거부로 아예 면담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창립에 관여한 데다 신한금융 전체 지분의 17%를 소유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재일동포 주주들은 오히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이사회에서 해임 여부를 의결해서는 안 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신한은행 노조도 신 사장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 절차 등을 납득할 수 없다며 이사회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백순 행장은 4일 노조 간부들을 만나 사건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노조 측은 “고소 절차와 방법이 잘못됐다”며 이사회를 개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6일 라응찬 회장과 신상훈 사장을 각각 면담한 뒤 노조의 입장을 정리한 성명서를 발표할 방침인 가운데 이백순 행장은 6일 다시 도쿄를 찾아 이사회의 3분의 1(12명중 4명)을 차지하고 있는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재일교포 이사들 역시 재일동포 주주대표들과 같은 의견인 것으로 전해져 이 행장의 재방일에 어떤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중 라응찬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들이 더 많기 때문에 표대결에 들어갈 경우 해임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번 ‘신상훈 사태’로 라 회장의 리더십이 큰 손상을 입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지난 2일자 보도자료에서 “최근 은행에 ‘신상훈 전 은행장’의 친인척관련 여신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어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다”며, “고소장에는 또한 은행내 루머 확인 차원에서 밝혀진 또 다른 15억여원의 횡령 혐의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 보도자료에서 신한은행 측은 “신한금융그룹은 피고소인 신분이 된 ‘신상훈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직에서 해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비리 혐의에 연루된 ‘신상훈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장직 공백에 따른 업무 누수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6일 신한금융 관계자에 따르면 신 사장은 이날 정상출근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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