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찾사'는 '노래의 결'과 '사람의 무늬' 배웠던 인문학교
Q : '노찾사'멤버 시절 한국 근현대 노래 80년사' 끝나지 않은 노래' 공연 에서 큰 호응을 받았다는데...- 당시 1,2부 공연 막간에 '싱얼롱' 순서가 있었는데 본공연이 감동을 주는 반면.'싱얼롱'은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지요. 제가 그 순서를 맡아 진행했던 경험이 훗날 방송진행자로 자리잡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후 '끝나지 않은 노래"공연 에서 '복지만리'를 불렀지요. 대표적인 친일가요인데 심의통과용으로 끼워 넣었던 곡에 저의 뽕필(뽕feel)이 가미돼 기대밖의 반향을 불러왔다고 봅니다. '노찾사'시절은 제게 '노래의 결'과 '사람의 무늬'를 배울 수 있었던 인문학교나 다름 없었습니다.Q : 민중가수에서 방송진행자로 길을 바꾸게 된 동기는..?- 저는 내안에 있는 상상의 힘을 믿습니다. '성공적인 이미지를 내게 투사하고 그대로 실천하다보면 이룬다'는 단순하나 고집스런 성격과 노력이 오늘의 김정연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당시 유행하던 문화센터 라디오리포터 과정을 거쳐 K-본부 <통일열차>로 입봉했습니다. 주변에서 도움을 주셨던 고마운 분들 덕분입니다.방송의 생명인 정보와 취재 현장리포트까지 발로 뛰면서 쉬임없이 해냈던 시절인데 10년을 훌쩍 넘기다 보니 삶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텔레비젼으로 '상상력'을 옮겼습니다.Q : 남들은 하나 하기도 힘든 일을 해내셨군요. 가수에 라디오 리포터 거쳐 텔레비젼방송진출까지...오로지 상상력의 산물만은 아닌 것으로 느껴집니다만..민중가수 열정에 흥과 정한을 담아 '명품힐링강사'로
Q : 요즘 인기를 얻고있는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비결' 이라면..?- 힐링이 대세인 시절입니다. 10년 넘도록 시골 어르신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해오고 민중가수출신 트로트가수라는 이름표에 엄마라는 타이틀이 더해지니 비로소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가수라는 열정에 무대의 흥을 입혀 어미의 정한을 담아내니 노랫말도 토킹도 가슴에 와닿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어미라는 단어가 주는 숙명적인 느낌이 참 좋습니다.더하자면 어르신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지혜가 저를 키워줬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내 부모라는 느낌에 저의 지난날을 대입해 간접경험을 하는 것이지요. 효(孝)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시골길에서 얻어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제가 이래뵈도 기네스북에 오른 시골버스 탑승기록 보유자 입니다.Q : 효(孝)를 어떻게 정의 하십니까..?- 요즘 핵가족 시대지요. 시골마을에서 60대 이하 장년들 보기 힘들고 신생아들 귀합니다.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 공동화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저는 효를 '목소리'로 정의 합니다. 전화 한 통화, '잘지내시느냐..!'는 안부 한 마디가 효의 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시골 어르신들 자녀들 목소리에 굶주려 있다시피 합니다. 한루 한 번씩 전해주는 따뜻한 한마디가 크나큰 위로가 된다 생각합니다. 그다지 어려운 일 아닙니다만 다들 바삐 사는지...Q : 늦은 출산이 가져다 준 심경의 변화라면.?- 사람의 힘, 아니 생명의 위대함에 눈뜨게 됐습니다. 한 때 가족들과 담을 쌓고 절연의 늪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이 빚은 단절이었지요. 아이를 얻고나니 비로소 어머니의 삶과 '어미'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에 오래 목이 메었습니다. 아이를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는 경험, 엄마가 되고 나서야 어미의 숙명을 이해하게되는 숙연함에 한 동안 몸둘바를 몰랐습니다. 생명의 거룩한 순환질서에 감동했다고나 할까요..저는 집에서 아이에게 할머니의 존재를 '엄마의 엄마'로 부르며 이해시키려고 노력합니다.늦은 출산은 제게 경이로운 축복이었습니다. 삶의 원동력이고요..Q : 나이 오십에 트로트가수 공연과 강사의 길을 선택한 이유라도..?- '노찾사'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가수, 방송인의 삶에다 '힐링'을 더하니 비로소 길을 찾은 느낌입니다. 무대위의 전달자와 방송매체를 통한 간접교류에서 벗어나 관객들과 호흡하는 생동감이 아주 좋습니다. 더구나 엄마가 되니 없던 힘과 용기가 솟아난다고 할까요. 아이를 통해 얻은 생명의 위대함과 가족의 소중함을 함께 나누는 소통을 지속할 계획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힘이 되주는 '힐링천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남성의 입장에서 엄마라는 의미를 이해하기 쉽지않다. 서두에 류시화 시인의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시를 쓰면서도 공감이 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오늘 현충일, TV 화면에 비친 국립현충원 묘역에 손수건 말아쥐고 무릎 세워 턱고인 할머니,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의 굽은 허리 위로 하늘 빛이 흐리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