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허은아 기자] 웰빙 붐을 타고 금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자담배로 잇속을 챙기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제대로 된 검증을 받지 않고 금연효과가 있는 것처럼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심지어 ‘금연보조제’로 허가 받은 유명 전자담배 업체들조차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으로부터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품목허가가 취소됐음에도 암암리에 제품을 팔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매일일보>은 웰빙 붐 속 금연자들의 주머니 털기에 바쁜 업체들에 대해 취재해 봤다.
대표적 전자담배 업체 ‘상떼본’ ‘모닝후’, 식약청 인증 허가 취소
품질 부적합 판정 불구 암암리에 판매, 식약청 제도관리 허술
국내에서 처음 ‘금연보조제’로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제품은 성운상역의 ‘상떼본’과 ETS생명과학의 ‘모닝후’다. 두 제품은 ‘식약청 인증 제품’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전자담배시장의 선두업체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최근 식약청이 이 두 업체의 제품을 수거?검사한 결과 질량편차 및 함량시험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논란을 빚고 있다.선두에서 불법영업체로
식약청은 해당 제품의 제조·수입업체 (주)ETS생명과학(대표 조성탁)과 (주)성운상역(대표 이남순)에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려 유통을 금지시켰다. 식약청은 담배 1개비에 타바논 90% 이상이 함유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검사 결과 두 제품 모두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것이다.식약청 화장품 정책과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금연보조제로 허가 받았을 때와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동일한 제품으로 볼 수 없다”며 “더 이상 금연보조제로 인증해 줄 수 없고 시중에 유통?판매도 금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일보>이 취재한 결과 ‘모닝후’와 ‘상떼본’은 여전히 시중에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운상역의 ‘상떼본’의 경우 현재 온라인 판매는 하고 있지 않지만, 일부 대리점에서는 지금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 중 한 대리점 직원은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처음엔 “판매한다”고 말했다가, 취재 사실을 밝히자 “중고제품을 판매한다는 뜻”이라고 갑자기 말을 바꾸기도 했다.
ETS생명과학의 ‘모닝후’는 식약청의 품질검증 기간 동안 홈쇼핑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했으며 온라인에서는 지금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매일일보> 취재 결과 확인 됐다.
이에 대해 ETS생명과학의 한 관계자는 “식약청의 행정처분이 발표된 후 업체에 바로 판매 중지 공문을 보내 조취를 취했다”며 “홈쇼핑 방송은 모두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매점이 타사 제품과 묶어서 팔 경우 확인이 쉽지 않다”며 “온라인 사이트 대해 계속 판매 중지를 요청하고 제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처분(處分)만 있고 처리(處理)는 없는 식약청
이처럼 전자담배 제조?판매 업체들은 품목허가 취소로 유통이 금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계속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이는 바꿔 말해 시중에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는데도 식약청이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식약청 서울지방 고객지원과 관계자는 “이미 유통된 제품에는 회수 명령을 내렸으나 계속 판매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제품 안전과가 시정을 요구하고는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업체 본사가 자체적으로 제품을 회수해 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국제절제협회의 김애경 사국국장은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들에게는 전자담배 같은 금연보조제를 권하지 않고 있다”며 “전자담배를 통한 금연은 일시적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나 지속적이지 못해 금연에 실패한 사례를 많이 봐왔다”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금연은 자신의 의지와 동기부여를 통해 성공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