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금융감독원이 민원인과 사이에 벌어진 분쟁에 대해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민원인 소송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법적분쟁의 칼자루를 뽑아들었다.

금감원이 직접 민원인에 대해 소송비용과 변호사 선임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한 것으로, 금감원이 민원인에 대해 소송지원을 해주는 것은 제도가 만들어진 2002년 이후 두 번째다.

금감원이 민원인 소송지원에 나선 것은 2006년 HSBC 서울지점 사례가 최초다. 당시 HSBC는 민원인과 합의를 거쳐 고소를 취하해 소송까지 가는 사례는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식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투자자(민원인)는 지난 2008년 한국투자증권 신도림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담당직원의 충분한 설명없이 투자를 해 손실을 보게 되었다고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지난 2008년 3월 이 투자자의 계좌의 월 회전율은 2264%로 해당 직원이 올린 전체 수수료 수익중 47.3%에 해당하는 5100만원이 나왔다.

또한 4월에는 회전율이 2599%까지 올랐으나 이 투자자는 1억2200만원의 손실을 보게 되었지만 수수료 명목으로 1억 6500만원을 지불하게 됐다. 이 수수료 수입은 해당직원의 전체 수수료 수익비중의 7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투자경험이 전혀없는 상태의 투자자에게 신용거래의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없이 이를 적극 권유하고 무리한 자산운용을 한 점과 투자자의 이익을 간과하고 성과를 위해 무리한 매매를 했다는 점들을 들어 한국투자증권에게 투자자의 일부 손실을 배상하라고 조정안을 전달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전체 손실액의 30%인 2억5300만원의 배상 조정안이 부당하다며 거부의사를 표시해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게 됐고 이에 금감원은 투자자의 소송을 지원하게 됐다.

민원인의 소송에 대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금감원과 피감기관과의 법적 분쟁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와 금감원 모두 소송까지 가게 되는 것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재에 실패해 소송지원 대상이 된 것이 사실상 처음”이라며 “사측의 민원해결 의지가 부족하고 불건전한 영업행위에 대해 경감심을 제고하기 위해 소송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분쟁조정 결과에 불만이 있어도 금감원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마련이다”라며 금감원과 한국투자증권이 법적분쟁까지 가게 된 것에 대해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금감원이 결국 법적분쟁이라는 칼자루를 뽑아든데에 대해 당사자인 한국투자증권은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의 분위기가 일단 사안의 중대성을 인정하면서 지켜보자라는 분위기”라면서 “예정대로 법적 절차를 밟아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이 평가하는 민원발생 등급에서 한투는 최저등급인 5등급을 기록하고 있고 민원인이 받아들여지는 민원 인용률도 21.8%에 그쳐 전체 금융사의 31.7%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