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 양극화…中企·소상공인 “寒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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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황금연휴 양극화…中企·소상공인 “寒가위”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10.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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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 공공기관에 다니는 장모(29) 씨는 이번 연휴 최대 열흘을 모두 쉰다. 장 씨는 연휴 보름 전부터 휴가 계획을 잡느라 분주했다. 그는 당장 지난 1일부터 임시 공휴일인 2일까지 양일간 30만원 가량의 돈을 쓰고 국내 여행을 했다. 추석 상여금으로 받은 150만원 가운데 100만원은 명절을 맞아 부모님 용돈으로 드렸다.

장 씨는 “이번 연휴가 길어 여행도 가고 책을 읽는 등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며 “넉넉한 상여금으로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어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동차 전자장치를 만드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권모(29)씨에게 이러한 주변 친구들의 얘기는 말 그대로 ‘남 얘기’다. 권 씨는 해당 기업에 취업 후 3년간 명절 연휴를 즐겨본 적이 없다. 추석 상여금도 장 씨의 절반도 안 되는 50만원을 받았다.

권 씨는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하루라도 쉴 수 있을 줄 알았다”면서 “원청업체에서 쉬지 않으니 우리도 쉴 수 없다. 추석 빼고 정상 출근인데 수당도 없다”고 탄식을 자아냈다.

정부의 10월 2일 임시 공휴일 지정으로 말미암은 이른바 ‘추석 황금연휴’에도 양극화는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 씨와 권 씨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휴무 일수와 추석 상여금 격차는 뚜렷했다.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에는 장기간 연휴로 인한 ‘소비 한파’를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013~2017년까지 최근 5년간 전국 5인 이상 기업 40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추석 연휴와 상여금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기업 333곳의 올해 평균 휴무일은 8.3일로 300인 이상 기업 75곳의 9.7일보다 하루 이상 짧았다.

열흘 이상 쉬는 기업의 비중도 300인 미만 기업은 56.2%에 불과한 반면 300인 이상 기업은 88.6%에 달했다.

올해 대기업의 1인당 평균 추석 상여금은 149만6000원으로 중소기업의 95만8000원보다 평균 53만8000원 많았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114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추석 자금 수요 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 1인당 평균 상여금은 67만원으로 대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아울러 긴 연휴는 자영업자 등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달의 3분의 1을 쉬어야 하는 탓에 그만큼 소비가 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전모(48) 씨는 “황금연휴는 남 얘기”라며 “하루라도 더 장사를 해야 하는 나 같은 자영업자에게 하루를 쉬는 건 굶어 죽으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이 아닌 연휴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중소기업 근로자, 소상공인에 대한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연휴 동안의 휴무 일수, 상여금 격차는 우리 노동 시장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면서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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