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적절 수사’파문…“노조 죽이기 공안탄압”거센 반발
검찰이 포항건설노조파업 당시 건설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부의 실업급여 지급을 제지하고 파업을 방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지난 21일 경향신문이 보도하자 부적절한 월권 수사였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지난 21일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 수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검찰이 노동자의 파업권을 틀어막기 위해 직권남용과 정치사찰도 마다하지 않았고, 자신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9월 노동부가 파업근로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하자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하고 환수하라”는 문서를 노동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노조원들의 집결을 막기 위해 故 하중근씨의 부검장소를 대구로 옮기는 계획도 세웠으며, 검거된 파업근로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피의자들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는 내부원칙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과 노조ㆍ시민단체들은 “명백한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고 검찰은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관련 단체들은 ‘강력 대응’을 밝히고 나서 검찰의 파업 수사에 대한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공개한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 수사결과’보고서에는 당시 파업과 관련해 검찰의 사태인식과 단계별 대응방안이 총정리 돼 있다.이 보고서에서 검찰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수사방침을 내세웠지만 고유 수사기능을 넘어서 과거 군사독재시절 공안 총사령관 역할을 수행한 때로 돌아간 듯한 대목이 곳곳에서 발견됐다.보고서는 A4용지로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대구지검 포항지청이 작성했다.이 보고서에는 ▲실업급여 지급 중단 및 환수 ▲파업 방지를 위한 부검 장소 이동 ▲영장실질심사에서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만 한다 는 등의 월권행위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檢, 실업급여 지급 막아 임단협 찬성 유도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실업급여 지급 중단 및 환수’다. 검찰은 “실업급여 지급 문제는 법리 검토 후 향후 급여 지급을 중단하거나 지급된 실업급여를 환수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노동부에 전달했다.즉 검찰은 노동부가 포항건설노조 파업근로자들에게 1인당 145만2000원 상당의 실업급여를 지급하자 노동부에 반대의견을 전달한 것이다.이어 보고서는 “실업급여 지급이 당시 임단협(임금과 단체협약)의 잠정합의안에 대한 부결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이 실업급여 지급을 막아 포항건설노조의 임단협 찬성을 유도하려 한 것.또 검찰은 故 하중근씨의 부검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보고서에는 “입원 중인 동국대 병원에서 부검할 경우 노조원들이 대거 집결할 우려가 있으므로 거리가 떨어진 대구시 소재 경북대학병원으로 부검 장소 결정”이라고 명시돼 있다.실제로 전국민중연대ㆍ민주노총ㆍ전국농민회총연맹ㆍ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지난 해 7월 결성한 ‘포항노조 파업의 올바른 해결과 건설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부검은 포항 동국대 병원에서 이뤄졌지만 검찰은 부검 장소를 경북대학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부검도 비공개로 진행하려 했다”고 말했다.‘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만 해라’…구속제조공장?
“명백한 월권행위”…관련자 문책 촉구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포항공대위를 비롯, 시민사회단체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민주노동당은 지난 21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포항건설노조 파업사건 수사보고서’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노동기본권과 노동조합을 말살하여 하고 민주노동당을 겨냥한 정치적 탄압행위”로 규정했다.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검찰이 인신구속을 남발하기 위한 ‘구속 제작공장’이 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민주노동당은 이번 일과 관련해 정권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구속노동자 석방, 손배 가압류 등에 대한 철회 조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300페이지가 넘는 검찰의 보고서 문건을 분석한 뒤 검찰과 정권이 ‘불법 파업’과 관련돼 어떠한 공안탄압을 벌여나가고 있는 지 파악하고 향후의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참여연대도 “이 모든 것이 경찰의 자체 계획 수립이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포항건설노조 파업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와 관련, 논평을 내고 “검찰 기획 수사 방침 수립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를 문책하라”고 촉구했다.참여연대는 또 “경찰의 행위는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월권행위”라며 “특히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공작 수사를 연상케 한다”고 비난했다.이어 “포항건설노조 파업은 지난해 국내 단일 노동 파업으로는 가장 많은 구속ㆍ불구속 입건이 이뤄진 사건”이라며 “이례적인 사법처리 결과가 구속을 목적으로 한 검찰의 기획 수사방침 때문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해야한다”고 촉구했다.한편, 22일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포항공대위는 대검찰청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21일 경향신문이 입수하여 보도한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 수사결과>을 통해, 포항건설노조 파업 투쟁에 대한 단일노조 사건으로 70명 최대 구속이 검찰이 대량구속을 사전에 방침화 하고 이를 치밀하게 집행한 결과라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자료에는 검찰이 경찰의 살인폭력에 의한 포항건설노조 하중근 조합원 사망문제까지 개입하여 부검장소 이동을 추진하고 故 하중근 조합원의 문중과 애향회, 면장까지 동원하여 유족을 설득하여 가족장을 유도했다”며 “이는 경찰의 살인폭력으로 사망한 건설노동자를 두번 죽이고 있는 검찰의 천인공노할 공작과 직접 개입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특히 이들은 “지난해 8월 1일 고 하중근 조합원 사망 직후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했을 때 당시 포스코 농성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며 “자료에는 포스코 자본이 포항건설노조 파업에 대비 검찰, 언론, 포항시장 등 각종 단체를 동원한 회의를 진행했고 그 내용 중에는 대구 지검장에게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는 점, 포스코에서 포항파업과 관련하여 자료를 보낸 메일링 리스트에 대구지검 포항지청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폭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