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변경, 노동자 휴식권 침해다.’ ‘토론회·공청회 없는 세종시 행정 절차 규탄한다.’

조용할 것만 같던 ‘공무원 도시’ 세종시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청사와 세종시 도담동의 한 대형마트 앞에 이와 같은 현수막이 걸렸다. 세종시의 현행 의무휴업일은 일요일인데 이를 수요일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대형마트 노동조합과 일부 상인들이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세종시 한솔동의 한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A씨는 “한 달에 2번 주말(일요일)에 쉴 수 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다시 박탈하려 한다”며 대형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세종시와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세종지역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상인회 등 업계 요구에 따라 세종시 행정부시장 주재로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가 열렸다. 협의회에서는 현행 일요일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로 변경하는 안건이 상정,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이에 시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13일까지 22일간 ‘대형마트 등에 대한 의무휴업일 변경’에 관한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시 측은 큰 이견이 없는 한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넷재 일요일에서 둘째·넷째 수요일로 변경할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이 결정되면 세종시에서는 지역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20곳이 적용받게 된다.

이에 대형마트 일부 노동자들과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종시 한 전통시장 상인 B씨는 “대형마트와 SSM이 휴일에 개점하도록 두는 것은 대기업 유통사 등 단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의무휴업일이 변경되면 세종시에 기반을 둔 중소·전통시장 상인들은 전부 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종시민들은 시의 오락가락 행정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세종시는 2015년 6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수요일에서 일요일로 변경한 바 있다.

새롬동에 거주하는 한모(37) 씨는 “평일 늦게까지 업무가 많아 주로 주말에 마트를 이용했는데 이마저도 의무휴업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평일로 변경되면 마음 놓고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담동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양모(50·여) 씨는 “대형마트가 언제 쉬든 장보는 것은 크게 상관없는 문제”라며 “결국 서로 밥그릇 싸움하느라 불편을 보는 건 언제나 우리 시민 아니겠느냐”며 반문했다.

한편, 세종시 측은 지난 13일까지 행정예고를 마친 뒤 접수된 의견을 종합해 의무휴업일 변경 결과를 곧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