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황동진 기자] 최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김쌍수 사장의 거취 문제로 때아닌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급기야 한전은 루머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
간부들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까지 한 것. 그런데 이 또한 구설에 올랐다.
공문에는 김 사장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입만 뻥긋할 시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문책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 이에 대해 한전은 근거 없는 루머를 차단하고, 근무 기강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고개를 절래 거린다. 너무 지나친 처사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전이 민감한 반응을 보인 탓에 소문만 더 증폭시켰다는 지적이다.
김쌍수 사장의 사퇴설 나온 배경엔 리더십 부재, 정부 외압설 등 갖가지
한전, ‘입 뻥긋하면 문책할 것’이란 엄포성 사내 공문 발송, 소문만 더 키워
2008년 8월 김쌍수 사장은 17대 한전 CEO에 취임했다. 전형적인 LG맨이었던 그는 한전 사장으로는 최초로 민간기업 CEO출신 사장이 됐다.
김 사장이 한전 사장에 발탁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30년 넘게 LG전자에 몸담으면서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6시그마 도입 등 LG전자의 경영혁신을 주도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김 사장이 한전 CEO로 취임함에 따라 한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김쌍수 사장 둘러싼 야릇한 소문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김 사장의 임기는 3년. 그동안 김 사장은 내부 조직 쇄신과 원자력 해외사업 등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올 초 한전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추진하는 6조원대 풍력·태양광 발전 단지 건설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수전력청(ADWEA)이 발주한 1조5,000억원대 규모의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공사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냈다.
그런데 최근 정?재계에서는 김 사장을 둘러싼 이상야릇한 소문이 돌고 있다. 조만간 그가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이른바 ‘사퇴설.’
루머는 지난 10월 말부터 정재계 입소문을 타고 나돌기 시작했다. 루머는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결국 루머가 더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한전은 지난 2일 처장과 실장, 사업소장등 회사 간부들에게 ‘유언비어 차단 긴급지시’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하기에 이르렀다.공문에는 “최근 인사 이동을 앞두고 경영진의 거취와 관련한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며 “유언비어를 전파하거나 단순 문의하는 사례라도 확인될 경우 해당자는 물론이고 상급관리자까지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또 다른 말들이 생겨나고 있다. 사실이 아니면 그 뿐인 것을 가지고 한전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장의 거취에 대해 발언할 시 문책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매일일보>과의 전화통화에서 “루머가 확산될 것을 차단하고, 내부 기강을 강화하기 위해 공문을 발송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사장의 경영 리더십 부재 때문? 정부 외압설 '솔솔'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한전이 왜 민감한 반응을 보였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오히려 루머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먼저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경영 리더십 부재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동안 김 사장은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재통합을 추진해왔으나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무산됐고 발전 자회사에 대한 경영평가와 임원 선임권 등도 한전에서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받았다.
때문에 자존심 강한 김 사장이 자진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루머로 확대 생성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부 외압설도 들린다. 지난 8월 한전은 사상 최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런데 한전의 올 상반기 실적은 바닥을 쳤다. 2조 3,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이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저조한 실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은 공기업으로서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이와 연관 지어 일각에서는 집권 후반기를 맞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정부 출범 당시부터 추진해온 공기업 통폐합과 쇄신 정책 기조에 반한 김 사장의 경영에 대해 정부가 탐탁치않았고, 이게 외압설로 확대됐다는 시각이다.
김 사장 평소 성격이 정부 눈 밖에 난 원흉?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 사장의 평소 성격과도 관계돼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사장은 취임 후 철저한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도입해 ‘철밥통’이라고 불리던 신의 직장 한전에 팽팽한 긴강감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대한 반발 내부 세력도 엄연히 존재했고, 최근 인사 이동을 앞두고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 사장이 정부의 인사 청탁을 받아 주지 않아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얼마 전 김 사장은 인사 청탁을 한 회사 임원을 무보직 발령을 내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권 실력자의 의중을 거슬렸다는 것이다.
즉, 김 사장은 평소 그의 성격대로 경영을 해왔지만 이게 적을 많이 만들게 된 원흉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갖가지 설들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대답 외에는 어떠한 말도 해 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김 사장은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말레이시아 출장길을 오르려다 갑자기 취소했다. 이를 두고서도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정치권과 관계가 나빠져서 그런게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