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고양, 가구업계 격전지?…인근 가구단지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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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양, 가구업계 격전지?…인근 가구단지 ‘시름’
  • 이종무 기자
  • 승인 2017.11.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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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가구단지, 이케아서 반경 8㎞ 이내 ‘직격탄’
지난 4일 고양 가구1단지에 한 업체의 영업 종료를 알리는 공고가 매장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매일일보 이종무 기자] 공룡이 지나간 자리는 늘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거대하고 움푹 파인 발자국만이 이곳이 생명체가 살았다는 것을 말해줄 뿐이다.

공룡은 멸종됐지만 오늘날 ‘공룡’은 새로운 모습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구 공룡’으로 불리는 이케아가 그것이다. 이케아가 한반도에 상륙한 지 3년, 이케아가 가구 공룡으로 불리게 된 것은 비단 회사의 규모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예전의 공룡처럼 일대를 서서히 잠식해가고 있는 탓이다.

광명시 가구유통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이케아가 광명시에 입점한 3년 전 대비 광명시 가구업계의 25~30%가 폐업했다.

지난달 19일 이케아는 한강 이북에도 진출했다. 이케아 고양점이 문을 열었다. 이케아에 가기 위해 광명시까지 가야 했던 한강 이북, 수도권 서북부 주민들의 원성이 줄어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 와중에 인근 스타필드 고양점에는 한샘 등 국내 대표 가구업체들이 입점하면서 일대가 가구업계의 ‘격전지’로 불리기까지 하고 있다. 이에 이케아 고양점, 스타필드 고양점서 반경 8㎞ 이내에 모여 있는 고양 가구1·2단지는 시름을 앓고 있다.

고양 가구1단지에서 20여 년간 가구점을 운영해온 A씨는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릴 때부터 단지의 30%가 문을 닫았다”며 “앞으로 가구를 업으로 하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고양 가구2단지가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종무 기자
실제 재개발을 앞둔 고양 가구1단지는 성수기인 주말임에도 문을 연 매장이 많지 않아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고양 가구단지협의회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고양 가구1단지 가운데 고양대로를 기준으로 동쪽에 위치한 가구단지는 식사2 도시 개발 구역으로 묶였다. 이 단지 업체 대부분이 일산서구 덕이동에 고양 가구2단지나 파주시로 이전을 계획·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장을 운영해온 사이 일산의 도시 개발이 진행돼온 것과 함께 업체 운영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 역시 시나브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고양 가구2단지에서 10여 년간 A 가구점을 운영해온 권천중 이사는 “2단지로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 문의가 많지만 임대료 등이 높아 입주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새로 만든 컨테이너 건물이 현재까지도 거의 텅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3년 전 2단지에 입주해 B 가구점을 운영하는 B씨는 “가구업계의 격전지가 아니라 중소 가구업계의 ‘무덤’이 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40여 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고양 가구단지. 새로운 공룡의 출현 앞에 생사의 기로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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