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를 골자로 현 대통령제 유지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대통령제와 상반된 의원내각제로 볼 수 있는 개헌안을 내놓아, 향후 개헌협상에서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여당이자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의한 개헌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한국당이 당내 헌정특위 위원장인 김재경 의원을 동원해 민주당에게 자체 개헌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대통령제를 골자로 한 개헌안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개헌저지선(100석)을 확보한 한국당은 3일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가 실질적으로 분담하는 국무총리 제청 하에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을 부여하는 의원내각제적 자체 개헌안을 발표했다.
완벽한 형태의 의원내각제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의회의 다수 의석 정당이 수상을 비롯한 내각 구성권을 가지고 행정부를 주도한다. 한국당의 개헌안과는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책임총리가 실질 내각을 총괄하고, 대통령은 총리의 제청을 받아 국회를 해산시킬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을 의미한다"며 "의원 내각제보다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책임총리제'를 전제로 대통령이 의회에 대한 견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국회에 대해 해산권을 행사하지 않고 국무총리가 의회를 해산할 수 있도록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아 행사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내각제적인 요소를 대폭 가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은 현행 제도처럼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게 된다면 총리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보다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되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총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개방형 총리'다.
앞서 1948년 해방 후 제정된 제헌헌법은 의원내각제로 고안되었지만 이승만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 대통령 중심제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헌헌법은 의원내각제 요소를 상당수 안고 있었다. 국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하고, 국무총리를 대통령 임명하에 두는 내용들이다. 대통령의 의회 선출은 1952년 발췌개헌을 통해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국무총리 제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행 6공화국 헌법에서도 여전히 대통령의 권위는 제왕적이고 총리는 대통령의 정치적 총알받이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특권화된 권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만들어내는 구조적·내재적 요인"이라며 "이번 개헌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는 분명히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8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은 국민의 공통된 문제의식, 그리고 시대 정신에 정면으로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은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가 존치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자 사실 왜곡"이라며 "(야당의) 총리 국회 선출 주장은 대통령 직선제를 폐기하고 변형된 의원내각제를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