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닷컴】범여권내 한명숙 이해찬 등 친노 성향의 예비 대선 주자들이 7일 손학규 후보의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이들은 단순히 범여권 1위 후보 때리기 차원을 넘어 민주개혁진영의 정체성 문제를 들어 본격적으로 신당내 주도권 경쟁에 나설 태세다. 이들은 신당 창당대회 불참 당시의 태도와는 달리 일부 주자는 이날 신당 참여를 선언했고 주자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세 결집의 모양새를 보였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손학규 후보는 필패 카드"라며 "한나라당의 경선에서 밀려서 나온 후보로 한나라당 후보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을 통해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기 보다는 세에 밀려 탈당한 사람은 정당정치를 저버린 것"이라며 "그런 정통성을 잃은 사람이 민주개혁진영에 와서 우리 지지자들의 폭발적인 힘을 이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기남 의원은 개인 논평을 통해 "손 전 지사로는 대선승리도 못할 뿐더러 민주개혁정부 10년의 성과도 사라진다"며 "그는 (탈당) 이력을 지우려고 무리하고 있으나 우리가 문제삼는 것은 이력이 아니라, 노선과 가치관이고 (이력을 지우려는 것은)우리 진영의 후보가 될 수 없음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규 의원도 이날 당사수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지키미연대’가 보낸 공개질의서에 답변 형식의 글을 통해 "386(386세대 일부 의원들)의 대표주자가 당을 떠나 손학규 후보에게로 합류하는 걸 볼 때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대선에서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자기들의 정치적 기반을 부정하면서 손학규 후보와 과거 80년대 시대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는 억지 논리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대통합은 수구 보수 세력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전략적 선택이며, 이를 통해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을 되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찬 전 총리도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10여년을 넘게 몸담아 오던 정당을 경선에서 진다고 나오면 정당 질서는 없어진다"며 "손 전 지사는 범여권 후보는 절대 아니다. 반한나라당 후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손 전 지사 측 특보단 정봉주 의원은 이날 오찬기자간담회에서 "판 깔아놨더니 판 깐 사람더러 나가라는 형국 아니냐"며 "한나라당 나올 때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범여권 참여선언에도 극찬을 하더니 이제 와서 동지의 등에 비수를 꽂고 있다"고 말했다.
분화냐 결집이냐…기로에 선 '친노'
한편 대통합민주신당이 출범하면서 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진영'은 결단의 기로에 서게 됐다. '신당 합류냐 우리당 사수냐'라는 기본적 고민에서부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선후보단일화 논의까지 매 사안마다 결단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친노주자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먼저 움직였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당 탈당과 민주신당 입당을 공식 선언했다.
김 전 장관은 "우리당을 떠나 대통합신당에 합류하기로 비장한 마음으로 결단했다"며 "국민과 시대의 요구를 받들어 민주신당의 성공을 위해 이 한 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잇는 제3기 민주개혁정부를 수립하는 것만이 진정한 참여정부의 계승이고 참여정부의 성공이고 대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다"라며 "친노·비노·반노의 좁은 틀에 머물지 말고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친노주자인 한명숙 전 총리는 같은 그룹으로 분류되는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후보단일화를 제안했다.
한 전 총리는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상호간의 경쟁으로 서로를 갉아먹고 힘을 분산, 약화만 시키고 있어서는 대선 승리의 불씨를 살려낼 수 없다"며 "하나가 되자"고 촉구했다.
한 전 총리는 단일화시기와 관련 "함께 모여 협의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모임을 제안할 예정이다"고 밝힌 후 "뜻을 같이 하는 우리당의 다른 예비후보들이 있다면 함께 하겠다"며 문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이해찬 유시민 양 측은 긍정적 답변을 건넸다. 이 전 총리는 광주지역 기자간담회에서 "한 전 총리의 제안은 정치적 노선과 지향점이 비슷해 유권자들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단일화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장관도 "아직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고 우리당에는 비슷한 정책과 노선을 가진 다른 여러 후보님들이 있는 만큼 어떤 견해를 명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의 뜻을 살피고 존중하면서 대통합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정당하고 필요한 협력과 연대를 이루기 위해 열린 자세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