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이 따로 없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영수증 처리를 전제로 특수활동비 양성화에 합의하며 ‘쌈짓돈’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특활비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정의당이 강한 비판을 가했다.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어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특수활동비 폐지가 아닌 영수증 처리 등의 양성화 방안을 합의했다”며 “국민은 쌈짓돈 그 자체를 없애랬지, 쌈지만 바꿔서 다시 사용하란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이 대표는 두 양당의 특활비 양성화 방안에 대해 “특활비 전체 금액은 그대로 둔 채, 업무추진비, 일반수용비, 특수목적경비 등 다양한 경로로 쪼개 쓰겠다는 꼼수”라며 “꼼수 특활비도 물론이고, 이제 특활비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도 명분도 없다”고 했다.이 대표는 “이 돈(특활비)이 그동안 어떻게 쓰여왔는지 명확한 용처를 구체적으로 밝힌 의원은 단 한명도 없다. 특히 특활비는 의원들끼리 의도가 불분명한 봉투가 오고가는 방식으로 우리 정치문화를 왜곡했다”며 “교섭단체들은 갑질특권 예산 내려놓기가 그렇게 아쉬운 것인가”라고 했다.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특활비 양성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최 대변인은 “양두구육(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것)이 따로 없다”며 “거대 양당이 국민의 고통에 동참하지는 못할망정, 손을 맞잡고 특권을 사수하겠다고 함께 히죽대고 있으니 지켜보는 이들이 부끄럽고 민망할 지경”이라고 했다.그러면서 그는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은 멀쩡한 회의실을 놔두고 왜 비싼 장소에서 비싼 돈을 주고 밀담을 나눠야 하는가”라며 “이 모든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지난 8일 민주당과 한국당은 그간 ‘깜깜이’로 사용되온 특활비를 내년부터 영수증 증빙을 통해 투명화하기로 했다. 특활비 상당 부분이 업무추진비 성격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영수증을 첨부해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특활비를 수령하지 않기로 했다. 정의당은 최근 고 노회찬 의원의 몫인 마지막 특활비 500만원을 불용처리하며 반납하기도 했다.노 의원이 생전 발의한 국회 특활비 폐지법안은 12명만 공동 발의에 동참했다. 정의당 소속 6명 의원은 전원이, 민주당에서는 박주민·서형수·표창원 의원만 참여했다. 특활비 양성화와 관련 표 의원은 9일 “노회찬 의원의 유작, 마지막 남기신 법안을 성의 있게 처리하리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 간의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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