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권재진 62대 법무장관 취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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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권재진 62대 법무장관 취임사
  • 최소연 기자
  • 승인 2011.08.1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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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취임사>

여러분! 반갑습니다.
평생을 몸 담았던 검찰을 떠난 지 2년 만에 여러분과 함께 일하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 또한 무겁습니다.
그 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해 오신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훌륭한 인품과 탁월한 능력으로 법무부를 이끌어주신 이귀남 장관님께도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법무 가족 여러분 !
지금 우리를 둘러싼 국내외 여건은 순탄치 않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비롯된 금융불안과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는 체감경기에 물가 상승까지 겹쳐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습니다.
경제 발전과 복지의 혜택 또한 사회 전반에 골고루 미치지 못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우리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국가 주요이슈에 대한 갈등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고, 자신들의 주장을 불법집단행동으로 관철하려는 행태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법질서 수준은 아직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강력범죄 역시 날로 흉포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공정과 무질서는 법치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무부와 검찰이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이 많은 일들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가 필요합니다만,
국민들은 변화에 둔감하고 조직의 이익만 앞세운다는 이유로 법무부와 검찰을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무 가족 여러분!
국민의 신뢰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변화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원칙과 기본은 ‘公正한 法治’입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사회적 약자나 서민도 법의 혜택을 골고루 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공정한 법집행’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습니다.
국가의 법집행이 공정성을 잃는 순간 더 이상 국민의 신뢰는 없습니다.
구속, 양형기준 등 각종 업무처리기준을 보다 명확히 만들고 철저히 지켜 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합시다.
특히,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모두 있는 만큼 선거사범 처리과정에서 일체의 중립성시비가 없도록 미리부터 대비해야 합니다.
법령 개정이나 상황 변화에 맞게 선거사범 처리기준을 조속히 정비하고 그 기준을 공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검찰을 비롯한 법무행정 모든 분야에서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아주기 바랍니다.
둘째, ‘안전하고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어, 국내 전산망을 순식간에 교란시킬 수 있는 치명적인 사이버 공격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어떤 시도에도 비장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범죄로부터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다해 주기 바랍니다.
살인․성폭력 등 강력범을 엄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는 범죄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범 방지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는 선진일류국가 도약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구조적 비리와 고질적 부패를 뿌리 뽑아, 깨끗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법무부와 검찰의 역량을 결집해 나갑시다.
셋째, 미래를 준비하는 ‘선진 법무행정’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G20 정상회의 개최와 동계올림픽 유치로 우리나라의 위상이 한껏 높아졌습니다.
국격에 걸맞은 선진 법질서 확립에 더욱 매진해 주기 바랍니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보다 내실 있게 일상생활의 기초질서부터 확립해 나가야 합니다.
합법적인 집회와 시위는 최대한 보장하되, 불법과 폭력을 앞세운 ‘떼쓰기’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선진 일류국가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복하고 존중받는 나라입니다.
검찰 수사를 비롯한 법무행정 모든 분야에서 인권존중의 관행을 정착시켜야 하겠습니다.
범죄피해자와 출소자 등 사회적 약자나 서민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하나가 되고 있지만, 노르웨이 테러에서 보듯이 한 국가 안에서도 인종 간갈등의 골은 깊고 이제 남의 일만은 아닙니다.
지킬 것은 지키면서 세계와 함께 호흡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개방과 통합의 외국인 정책을 펼쳐나갑시다.

끝으로, 도덕성과 청렴성을 높이고,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솔선수범 하겠습니다.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우리 먼저 단정하고 바르게 처신해야 합니다.
엄격한 비위감찰과 더불어 사전적·예방적 감찰활동에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또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보다 진취적이고 개방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변화의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법무부가 되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법무·검찰가족 여러분!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주인의식을 가지라는 뜻입니다.
법무부의 주인은 장관인 제가 아닙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법질서를 바로 세워 오늘이 있게 한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 한분 한분이 주인의식을 갖고 직분에 충실할 때, ‘공정한 법치’는 더 이상 먼 꿈이 아닙니다.
저는 여러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겠습니다.
시키지 않아도 할 일을 찾아 열심히 일한 분들에게 그 만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자율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잘못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습니다.
법무부, 검찰에 부여된 권한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인 만큼 오로지 국민을 위해 행사하여야 합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자세를 낮추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길을 고집하기에 앞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국민의 마음은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여러분과 다시 만나게 되니, 초임검사로 임명되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설레임을 느낍니다.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 8. 12. 법무부장관 권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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