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행복한 눈물’은 노동자의 ‘고통의 피눈물’”
상태바
“삼성의 ‘행복한 눈물’은 노동자의 ‘고통의 피눈물’”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11.30 1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0억 그림사고, 월 130만원 노동자 자르고”…삼성SDI 하청 해고노동자 8개월째 ‘원직복직’ 투쟁

물량 없어 하청회사 폐업한다더니…삼성SDI 부산공장 24시간 ‘풀가동’
금속노조 울산지부 조합원 2천5백여명, 오는 7일 4시간 부분파업 돌입

지난 16일 울산에서 5명의 아가씨들이 상경했다. 우리나라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서울로의 나들이(?)였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또 약20여일이라는 짧지만은 않은 일정이었지만 이들의 손에는 묵직한 여행가방 대신 ‘이건희 회장이 70억원짜리 <행복의 눈물> 그림을 보며 기뻐할 때 연봉 1800만원 삼성 SDI 여성해고자는 ‘고통의 피눈물’ 흘립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이 들려있었다.

▲ 지난 28일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금속노조 울산지부의 삼성SDI 하이비트 조합원들이 삼성 비자금 불법 사용 규탄과 해고 노동자 원직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열심히 일했으니 떠나라(?)

“삼성 이건희 회장 부인 홍라희씨가 불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구입한 그림인 ‘행복한 눈물’이 70억 원이라는데 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은 휴일 없이 잔업?특근해봤자 월 120~130만원 수준이에요. 휴일마저 반납하면서 열심히 일한 대가가 ‘강제해고’라니…가슴이 찢어집니다.” 김용철 변호사에 의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의혹이 잇따라 폭로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삼성SDI 하이비트 여성해고자들은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울산시 울주군에 있는 삼성SDI 부산공장의 하청업체인 ‘하이비트’에서 휴대전화용 LCD를 만들다 지난 3월 일감부족을 이유로 해고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다. 당시 해고된 137명 노동자 중 지금까지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하이비트 해고노동자는 18명. 이들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8개월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중 13명은 울산에서, 5명의 노동자들은 상경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18명을 제외한 하이비트 해고노동자들은 삼성의 회유와 생계에 대한 압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는 게 남은 이들의 설명이다. 하이비트 여성해고자들은 해고직 후 공장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그러나 삼성측은 울산지방법원에 업무방해가처분 신청을 내고 시위 1회당 개인별 10만 원씩 벌금을 물게 만들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은 울산시청 앞에서 비닐과 스티로폼에 의지한 채 90일간의 노숙농성을 이어 갔다. 4번에 걸친 3보1배에도 감행했다. 장기화되는 투쟁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지난 12일부터는 다시 농성장을 삼성SDI부산공장 앞으로 옮겨 현재 13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일거리 없다고 자르더니…

▲ 삼성SDI 사내하청기업 '하이비트' 의 한 여성해고노동자가 지난 17일 저녁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앞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형상화한 탈을 쓰고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상경투쟁 13일째인 지난 28일 삼성SDI 하이비트 여성해고자 김경연(26)씨는 ‘또’ 피켓을 들고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본관 앞에 섰다.

김씨는 2000년 고등학교 졸업 후 삼성SDI 협력업체인 원일전자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이후 업체가 3번 바뀌었으나 업체이름만 바뀌었을 뿐 김씨와 동료들이 하는 일은 변함이 없었다. 원일전자-세기전자-하이비트, 그렇게 3번째로 바뀐 업체가 ‘하이비트’였다. 하이비트는 문을 연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난 3월말 “생산할 물량이 없어 회사를 폐업한다”며 소속 노동자 137명에 해고를 통보했다. 김씨 등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계약만료 기간은 7월까지였다.
이들은 갑작스런 퇴직 강요에 반발해 출근을 계속했지만 회사 간부들은 공장 앞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몸을 밀치면서 출입을 막았다는 게 하이비트 해고자들의 주장이다. 또 이들의 얼굴을 알아보는 간부들은 출근길 통근버스에 탄 하이비트 해고자들을 끌어내기도 했다고 이들은 말했다.심지어 하이비트 여성해고자들에 의하면 삼성측은 이들의 집에 연락을 취해 회유와 협박을 가했다고 한다. 김씨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계속해서 시위를 하면 당신 딸이 경찰에 잡혀갈 수 있다’고 협박했다”며 “또 노동자 개인휴대폰으로 ‘집회를 철회하면 위로금을 더 주겠다’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하이비트 해고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일하던 휴대폰 LCD 생산라인에 삼성SDI 정규직 사원들이 그대로 들어와 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의하면 물량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는 것. 삼성SDI 하이비트 여성해고자 최세진 대표는 “삼성SDI부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 직원을 통해 ‘인력이 부족해 아르바이트생까지 채용해 공급물량을 채우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12시간씩 맞교대를 통해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삼성SDI는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회사인데 지난해 PDP(벽걸이TV)에 무리하게 투자해 올해만 적자를 냈다”며 “무슨 사업을 시작하든 자리 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법인데 아무래도 삼성 측에서 하이비트 직원들이 하나 둘 노조에 가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강제해고 시킨 듯 싶다”고 말했다.최 대표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송수근 씨(삼성의 노조설립을 시도하다 지난 1998년 해고된 후 10년 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다)를 만난 후 지난 3월 27일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그때까지 금속노조에 가입한 하이비트 노동자는 40여 명이었다.

금속노조, 오는 7일 부분파업 돌입

하이비트 여성해고자 김경연씨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규직 전환도 아니다. 원래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이라며 “이 투쟁이 언제 끝나든 끝까지 싸워 원직복직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하이비트 여성해고자는 “비정규직이라도 ‘삼성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만으로 휴일도 반납하고, 가족행사에도 빠져가면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결과는 ‘강제해고’였다”면서 “최고 권력을 가진 ‘삼성공화국’에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울산지부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앞과 울산시청 두 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열린 지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삼성그룹 비자금 책임자 처벌, 삼성 SDI 구조조정 저지, 삼성 SDI 사내 협력업체인 하이비트 여성 조합원 18명의 복직 등을 촉구하기 위해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7일 금속노조 울산지부 산하 11개 사업장 노조, 조합원 2천500여명이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 삼성 SDI 하이비트 여성노동자들의 원직복직 ▲ 하이비트 문제해결을 위한 금속노조와 직접교섭 등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예정된 대로 금속노조 부분파업에 돌입, 같은 날 삼성 SDI 부산공장 앞에서 대규모집회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하이비트 해고자들과 함께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울산지부 박재석씨는 “대기업 삼성이 이번 총파업으로 ‘꿈쩍’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총파업이후엔 더욱 강경한 태세로 삼성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비트 한 여성해고자 역시 “삼성이 이번 한번으로 변할 것이라곤 기대하지 않는다”며 “삼성에 대항한 파업은 금속노조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