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유착 말도 안 돼, 거짓주장으로 회사 이미지 타격”
[매일일보=권민경 기자]
업계 1위의 음료회사인 롯데칠성이 국세청과 ‘특별한’ 유착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식음료유통본부노조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칠성의 불법적인 영업관행과 탈세행위를 국세청이 나서서 은폐, 축소해 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현직 내부 직원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이메일을 공개하며 국세청이 롯데칠성 세무조사에 앞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회사 측에 조사 방법을 미리 알려주고 세금포탈 금액을 최소화시켜주기 위해 위장 매출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롯데칠성이 져야할 처벌을 최소화 하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관할 세무서와 롯데칠성 측에서는 “노조에서 거짓자료를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금일 XX세무서 조사과 XXX 조사관 전화 와서 3개 지점장 검찰 고발예정인 바, 3개 지점장 모두 조세범 처벌은 부담돼 1개 지점장이 모든 책임을 부담하면 좋겠다고 말을 함. 1명 지점장 지시로 세금계산서 수정했다는 말을 검찰에서 통일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필요”
민주노총 식음료유통본부 노조는 지난 2006년 3월 국세청이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9개 식음료 회사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간 당시 롯데칠성 직원들 사이에서 오간 이메일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롯데칠성 모 지점 영업장이 3개 지점 담당자들에게 보낸 이 이메일은 국세청에서 비밀리에 진행돼야 할 특별세무조사가 롯데칠성 측과 사전에 연락을 주고받으며 진행됐다는 의혹을 살 만한 대목이다.
노조, “국세청, 롯데칠성 형사처벌 면할 수 있게 도와줘”
그동안 업계에서는 음료회사와 음료도매상, 유흥업소 등에서 세금계산서를 축소, 또는 확대 발행해 이를 탈세의 수단으로 이용해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롯데칠성 전, 현직 영업사원들 역시 “세금계산서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회사 측에서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지만 묵인하거나 심지어 권장하기까지 한다”고 주장해왔다.
예컨대 A라는 회사의 음료를 B라는 유흥업소(또는 슈퍼, 할인마트 등)에서 사들이는데, 100개를 주문하고도 1000천개를 사들인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꾸미면 매출에서 그만큼의 구입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순매출액은 줄어들게 되므로 세금을 줄 일수 있게 되는 것.
반대로 음료를 유흥업소나, 수퍼, 할인마트 등에 판매하는 음료회사 영업점에서는 실제 판매된 것보다 축소된 세금계산서를 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줄어든 만큼의 분량은 무자료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로 매출을 줄여 그만큼의 세금을 덜 내기 위한 것이다.
민주노총 식음료유통본부 노조에 따르면 음료회사들과 도매상, 유흥업소 등의 이런 세금계산서 수정, 조작이 해마다 최대 60%까지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이 관행화되고, 이에 따른 탈세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데에는 회사 측이 영업사원들에게 무리한 판매목표를 설정해 가판(가상판매)과 덤핑이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일단 영업사원들에게 판매 목표치를 정해주고 이를 매출로 잡아버리기 때문에 직원들은 이를 채우기 위해 자신의 영업구역을 넘어서까지 덤핑이라도 해서 물건을 팔려고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무자료거래, 세금계산서 수정 등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05년 롯데칠성 강동지점에 대한 2004년도 세금계산서 전산자료를 입수해 국세청 본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그러나 1년 여간 국세청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에서 세금계산서 수정 등을 통한 음료회사들의 고질적인 탈세에 대한 내용이 보도되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자 국세청은 2006년 3월 조사에 들어갔다.
허위세금계산서 최대 60%, 2천억 넘는 규모?
당시 국세청은 롯데칠성과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등 9개 음료·제과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그해 7월 “2002년~2004년 동안 이들 회사에서 총 7천679억원의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또 10월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청량음료·제과업 9개 사업자의 허위세금계산서 발행규모는 전체 세금계산서 발행규모의 5% 가량”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전체 세금계산서의 95%는 허위가 아니라는 말이고, 이는 세금계산서 조작이 최대 60%까지 달한다는 음료회사 영업사원 등의 주장과는 거리가 먼 조사 결과였다.
이에 심 의원 측은 노조에서 당초 국세청에 조사를 의뢰했던 롯데칠성 강동지점의 2004년 3/4분기 매출자료를 확보 분석했다. 분석결과 이중 삼중 장부를 통해 매출액 대비 최대 48%의 허위세금계산서가 발급된 것을 확인했다고 심 의원은 밝혔다.
심 의원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규모가 전체 매출의 5% 선이라는 국세청 발표는 실제 가공매출에 의한 규모 등을 고려해 볼 때 심각하게 축소된 수치”라며 “롯데칠성 강동지점의 사례를 통해 유추해 보면 9개 사업자의 전체매출 15조3천940억원 가운데 최대 48%인 7조3천891억원의 세금계산서가 허위로 발급된 것이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이 업체들의 탈세규모를 조정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은 “해당 지점의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 하더라도 전체 조사대상 업체의 허위세금계산서 발급률은 5%인 것으로 본다”며 조사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지난 27일 식음료유통본부 노조는 내부 직원의 제보를 통해 입수한 롯데칠성 직원 간에 오간 이메일을 공개하며 “국세청이 롯데칠성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 방법을 알려주는 등 짜맞추기 조사를 통해 형사처벌 회피 방법을 알려줬다”며 “공정한 세정을 펼쳐야 하는 국세청이 탈세를 방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이어 조사를 나온 관할 세무서에서 미리 정해놓은 금액에 따라 허위세금계산서 발행액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문건도 공개했다.
지난 2002년 1분기부터 205년 2분기까지 롯데칠성 모 영업점의 위장매출 현황과 허위세금계산서 발행금액 등에 대한 자료를 통해 국세청이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시켜줬다고 주장한 것.
노조는 “이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 세무조사 결과 국세청은 음료회사들의 허위세금 계산서 금액이 5%라고 발표했는데, 이것만 놓고 보더라도 롯데칠성에서 최소 6백억 원의 위장매출 세금계산서가 발부됐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그러나 노조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허위계산서 발행규모는 최대 60%, 즉 2천억 원을 넘는 규모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국세청 “노조, 자료 조작 통한 거짓 주장”
한편 롯데칠성 측에서는 식음료노조가 터무니없는 얘기로 회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롯데칠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2006년 3월부터 국세청으로부터 정밀세무조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유통환경에 따라 일부 거래처가 자료를 기피해 영업현장에서 세금계산서를 ‘분산처리’했고, 이에 매출처분 세금계산서 합계표 불성실가산세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에서 제시한 이메일과 관련해 “실제적으로 3개 지점과 전, 후임 관련자가 모두 검찰에 고발됐다”며 “일의 진행을 잘 파악하지 못한 관련지점 사원이 보낸 메일로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롯데칠성 홍보실의 한 관계자는 “노조에서 국세청과 롯데칠성의 유착이라 주장하며 밝힌 자료는 조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해당 문서의 양식 등도 회사에서 쓰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 같은 주장을 하는 노조원들 중 상당수는 회사에 근무할 당시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소송이 진행 중인데 법적으로 승산이 없어 보이자 자꾸 사회적으로 이슈화 시키려는 의도”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노조에서 공개한 이메일에 이름이 언급된 당시 관할 세무서 조사관 역시 “어이가 없다”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조사관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근거도 없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이메일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말단 공무원에 불과한 내가 무슨 권한으로 여러 사람을 고발해야 하는데 한 사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할 수 있겠으며, 그래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이 나쁘지만, 회사(세무서)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해 일단 참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현직 세무서 관계자는 “보통 세무서에서 음료, 제과 쪽 회사 조사를 나가게 되면 확인해야 할 자료의 양이 너무 방대하고, 그에 따른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일에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조사가 끝난 뒤 회사 측에 충분한 소명기회를 주는 것은 맞지만 조사 과정에서 대상 업체와 세무조사 방법 등을 조율하고 협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