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청소용역업체 원진개발(주), 해고자에 복직제안하며 노조탈퇴 회유
회사대표, 녹취록서 “민노 탈퇴하고 ‘진짜 좋은 노조’ 만들어라”
해고자 유용희씨 “해고 진짜 이유는 ‘돈’ 아닌 ‘노조와해’였다”
아침부터 눈발이 흩날리던 지난 18일 오전, 안양시청 앞에는 보은, 부산, 동해, 옥천, 삼척, 수원, 시흥, 안양, 광명, 의왕 등 전국 40여 곳 지자체 청소용역 미화원 1천여명이 모였다. 멀리 지방에 거주하는 미화원들은 집결시간인 오전 9시까지 안양에 당도하기 위해 분명 새벽잠까지 설쳐가며 준비하고 왔을 터였다. 이른 아침부터 안양시청 앞에 모인 이들은 “안양시는 20년간 일한 근로자를 불법해고 시킨 청소하청업체 원진개발(주)과의 계약을 해지하라”고 외치며 해고자들의 원직복직을 촉구했다. 이날 모인 1천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은 집회 내내 내리는 눈발 속에서도 꿈쩍 않고 자리를 지키며 안양시 해고근로자를 위해 연대투쟁했다.
“매일 새벽 거리의 쓰레기를 치우고, 그렇게 모은 쓰레기를 매립지로 수송하는 일을 20년간 해왔어요. 지금 제가 서있는 이 안양땅에서 말이죠. 그렇게 일해 온 직장을 어느 날 갑자기 날라 온 문자 한통으로 잃게 됐습니다. 해고됐으니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었죠. 그게 해고되기 4시간 전에 온 통보였어요.”지난 87년 환경미화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유용희(56.남)씨는 안양시 청소대행업체인 원진개발(주) 소속 근로자였다. 그러나 지난 4월 3일 오후 8시 회사 대표의 번호로 전송된 문자 한통으로 ‘해고’근로자가 됐다. 이날 해고된 근로자는 유씨를 포함한 3명이었다.사측은 쓰레기양의 줄어들어 대행료가 삭감됐기 때문에 해고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측 주장은 다르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근로자를 해고시킨 사측이 “3천만원을 줄 테니 원직복직투쟁 집회를 철회하라”고 회유했다는 것이다. 확인결과 ‘3천만원 지급건’은 지난 7월경 지노위에서 내놓은 중재안으로, ‘사측이 해고자 3명에게 연봉에 해당하는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안에 대해 사측은 찬성하고 노조측은 반대, 지금까지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것이다. 이와 관련 유씨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해고시키더니 1년치 월급을 한꺼번에 주겠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차라리 해고시키지 않고 1년간 일을 더 시키는 게 오히려 사측에 이익이 아니냐”면서 “민주노총과 연합해 원진개발(주) 규탄집회를 벌이는 것 때문에 돈을 주고 일을 덮으려는 속셈 같다”고 전했다.복직할래, 노조할래?
“힘들어도 웃습니다”
현재 유씨와 김씨는 노조에서 나오는 지원금 1백만원으로 한달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형편이다. 함께 해고된 박모(49.남)씨는 3천만원을 받고 투쟁에 동참하지 않기로 지난 10월 사측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모씨와 노조측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유씨는 아들의 결혼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퇴직금을 미리 받아, 해고 당시 ‘퇴직금’이라는 목돈 한번 만져보지 못했다. 또 눈 오는 날 찬바닥에 앉아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보다 부인에게 더 미안해했다. 유씨의 부인은 4월 유씨의 해고 소식 후 지금까지 파출부 일을 나가고 있다. “50세가 넘은 와이프가 오늘도 파출부 일을 나가 고생하고 있을 생각만 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벌써 투쟁을 시작한지 9개월째네요.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주위에서 3천만원 받고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도 하는데 억울해서라도 이 투쟁 계속할 겁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을 갑자기 해고시키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반드시 복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또 힘들어도 나를 위해 힘쓰고 애써주는 조합원들이 있기에 힘든 내색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웃습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