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인턴 특혜채용·위장전입·투기 등 의혹백화점/ 연구비로 간 해외출장 중 자녀 졸업식 참석은 인정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연구규정을 위반해 다수의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연구비를 상습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올해 처음 20조원을 돌파해 향후 더 늘 것으로 전망되는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선 조 후보자가 R&D사업 쏠림을 방지하기 위한 '3책5공'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책5공이란 연구자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는 최대 5개 이내로 하며, 연구책임자로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제는 최대 3개 이내로 한다'는 제도다. 이를 어기면 정부 연구과제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달랐다.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10년 동안 80여개의 연구 용역을 진행하면서 3책5공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연구책임자가 연구수당을 배분하는 과학계 관행상 조 후보자가 다수의 정부 연구과제를 이례적으로 따내며 주머니를 챙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연구 과정에서 3책5공은 다 만족시켰다"고 부인했다.조 후보자의 연구개발 성과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80여개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500여개가 넘는 특허를 가지셨는데 특허 거절 비율이 일반 기업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며 연구개발 성과가 저조하다"고 했다. 송희경 한국당 의원도 조 후보자의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 사업을 거론하며 10년간 정부로부터 785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전기열차는 멈춰섰고, 구미시 전기차는 무선충전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기술 개발은 시간이 많이 걸릴 뿐더러 여러 규제가 많아 초기 사업화가 쉽지 않다"며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정부는 혁신성장 지원을 위해 R&D 예산을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가 전날 밝힌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도 혁신성장 기반이 되는 플랫폼 경제 구축 사업에 대한 투자, 재난재해·안전, 미세먼지 저감, 국민건강 등 생활밀착형 R&D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명시했다. 올해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한 R&D 예산은 내년 21조400억원 등 점차 늘어난다. 의원들은 조 후보자의 연구비 유용 의혹들을 제기하며 조 후보자가 이 같은 대규모의 R&D 예산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겠냐고 따졌다. 박 의원은 "10년간 43차례 출장을 갔는데 학교에 제출한 보고서 상 참석 행사 개최 날짜가 실제와 다르거나 해당 행사가 아예 없었던 경우도 있다"며 "보고서를 잘못 쓴 것인지, 참석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해 알려달라"고 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도 "장관 후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해외출장 보고서를 제출했다면 장관은 커녕 교수 자격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제가 알기에는 허위가 없다"고 답했다.조 후보자가 4800만원의 국가연구비를 사용해 해외 출장 중 해외 유학 중인 아들을 7차례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미국 출장 기간동안 아들의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했느냐는 추궁에 조 후보자는 "(출장 때) 근처에서 졸업식이 있어 참석한 적 있다"고 인정했다. 조 후보자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삼남 홍걸씨와의 친분으로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권력형 게이트가 터졌던 최규선씨의 회사 '썬코어'로부터 2015년 8월부터 2016년 3월까지 4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자녀 특혜 채용, 위장전입 등 조 후보자의 각종 의혹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야당 의원들은 2011년부터 7년동안 총 7억원에 달하는 유학 지원금을 보낸 사실과 고급 승용차를 사줬다는 점을 두고 외환관리법 위반과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장남의 동원올레브·인턴 채용 특혜, 한미연합사령부 병역 특혜 의혹 등도 집중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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