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비 연초부터 천원씩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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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비 연초부터 천원씩 올라…
  • 김하늘 기자
  • 승인 2012.01.0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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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김하늘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목욕탕은 지난 1일자로 목욕요금을 6000원에서 7000원으로 1000원(약 16%) 인상했다. 실내 난방과 물을 데우기 위해 가스보일러를 사용하는데 지속적인 공공요금 인상으로 유지비가 만만찮기 때문이었다.

목욕탕 관계자는 "가스비와 상하수도요금, 전기요금 등이 올라서 이 넓은 사우나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사우나도 지난달 20일 주간 6000원, 야간 7000원이었던 이용요금을 각각 1000원씩 올렸다. 이곳 역시 늘어난 유지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우나 관계자는 "우리도 손님들을 생각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해 왔지만 지난해부터 운영에 어려움이 많아져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는 요즘 목욕탕이나 찜질방마저 이용요금을 올리면서 서민들이 경제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직업 특성 상 여러 지역을 다니며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시민들이나 쌈짓돈을 쪼개 마실 나온 노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목욕탕 이용객 최모(65)씨는 "젊은 사람들에게 1000원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우리 같은 노인들은 1000원 짜리 한 장도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인천에 사는 김모(38)씨는 "인테리어 일을 하느라 평소 전국을 돌아다니며 목욕탕이나 찜질방 등을 자주 찾는다"며 "동네 목욕탕까지 가격이 오르니 나 같은 서민은 생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있다"고 밝혔다.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51·여)씨는 "다른 목욕탕도 가격을 올리는 추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서도 "30장씩 사면 장당 1000원을 할인해주기 때문에 30장씩 사고 다른 사람과 나눠 돈을 아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목욕탕 업계도 할 말은 있다. 유가상승이 꾸준히 이뤄져 가스비·전기비 등이 인상되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외식비나 미용실 가격 등이 오른 것에 비하면 그다지 많이 오른 것도 아니라는 반응이다. 전기·물 사용과 목욕탕 서비스 등을 생각하면 6000~7000원은 사실상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규모가 큰 영업장은 한 달에 가스비만 1500만~2000만원 수준이고 물 값과 전기세까지 합하면 3000만원을 상회한다. 손님 200명을 받아 하루 100만원을 벌어야 겨우 본전치기를 하는 셈이다.

운영 적자때문에 폐업한 목욕탕도 적지 않다. 2001년 2300여개에 달했던 서울시의 대중탕은 2012년 현재 1200여개로 급감했다.

더군다나 중형 사우나의 경우는 약 20억, 대형 찜질방은 100억 이상을 투자해야 창업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비싼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시민들은 이러한 목욕탕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상액이 부담이 돼 목욕탕에 오는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금호동의 김대현(65)씨는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왔었는데 이제는 2,3주에 한번 씩 온다"며 "최근에는 목욕탕에 오면 본전 생각이 들어 예전보다 한 시간씩은 더 머물고 간다"고 밝혔다.

김수권(53)씨도 "기름값, 가스값이 올라서 목욕탕 주인 입장에서도 부담이 되지 않겠느냐"며 "서민들은 두 번 갈 것 한번 가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모(73)씨는 "가격이 오른 후 이 목욕탕의 이용객 수가 줄어든 것 같다"며 "평소 샤워기 50여대가 거의 꽉 차 있었는데 오늘은 보이는 것처럼 거의 비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다른 사우나는 가격이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500원, 1000원이라도 저렴한 곳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목욕업에 영향을 미치는 법을 파악하고 법의 유불리를 따져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한국목욕업중앙회는 목욕탕 가격인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목욕업중앙회 관계자는 "가격 책정은 중앙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목욕탕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업체 단체가 이를 조정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상 담합 거래로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끔 개별 사업장에서 중앙회 핑계를 대며 '협회에서 올리라고 했다'고 하는데 우리 측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목욕탕 사업자와 이용객이 모두 만족할만한 수준의 가격이 책정되려면 정부의 보조가 필요하다"며 "목욕 바우처 제도를 실행한다거나 전기요금·물값·하수값 등을 다른 영업장보다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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