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호화생활’ 준비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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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면 ‘호화생활’ 준비완료”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5.30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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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7범 빈집털이범 ‘100억원 대’ 갑부된 사연

강남 일대 중심으로 ‘먹이사냥’, CCTV도 무용지물
“나는 수출업체 재무이사”, 주변 사람들 깜빡 속아
범죄 위장 위해 구리에 월세 단칸방 임차 치밀함도

[매일일보닷컴] 서울 강남지역 부유층들의 자택을 집중적으로 털어 얻은 수십억대의 금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굴리며 ‘호화생활’을 해온 30대 남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모(39)씨는 2006년 9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두 49차례에 걸쳐 100억원대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씨는 고급가구로 장식된 송파구 잠실의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살면서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을 ‘수출업체 재무이사’라고 속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년여 동안 함께 살아온 동거녀조차 김씨의 실체를 몰랐을 정도로 그의 범행은 치밀했고, 또 경찰에 적발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생계형 절도’로 위장할 대응책까지 강구해 놓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1일 강남지역의 고급주택 방범창살을 부수고 침입해 수십억원의 금품을 훔친 김모씨(39)를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사진은 지난 3월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D아파트 입구 폐쇄회로(CCTV)에 찍힌 김씨의 모습이다.(사진=강남경찰서 제공)
지난달 2일, 피의자 김씨가 동거녀와 함께 살고 있는 잠실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찾은 경찰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급 수입가구와 벽걸이 TV, 값비싼 골프채 등 각종 명품들이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눈에 봐도 ‘중견기업 임원의 집’ 정도는 돼 보였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집뿐만이 아니었다. 갖은 수입제품이 즐비하던 이들의 집과 마찬가지로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차종 역시 고가의 외제차였다. 동거녀 박모(32)씨의 차량은 6,000만원 상당의 일제 렉서스였고, 김씨는 독일 BMW를 몰았다.

또 김씨는 동거녀에게 매달 500~1,000만원 가량의 목돈을 생활비 명목으로 건네줬으며 함께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도 다녔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정직하게’ 번 돈이 아닌 월담을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말이다.

김씨는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했다. 주변사람들은 무엇이든 ‘최고급’만을 선호하고, 지인들에게 수억원의 사업자금도 ‘턱턱’ 빌려주는 김씨를 잘 나가는 수출업체 이사로 알고 있었다. 초호화판 생활을 하는 김씨의 모습을 보면 ‘당연하게’ 믿어질 직함이었다. 심지어는 함께 사는 동거녀조차도 김씨가 절도범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자신을 철저히 숨겨 왔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실제의 그는 절도전과 7범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전문 절도범’이었다.

“오늘도 강남은 내가 접수한다”

지난 2005년 강남의 주택을 털다 구속돼 1년형을 받고 2006년 5월에 출소한 김씨는 출소 넉 달 만에 또 다시 강남일대로 ‘먹이사냥’을 떠났다.

2006년 9월 강남구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귀금속, 캠코더 등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것을 시작으로 올 1월 삼성동 모 아파트 창문으로 들어가 다이아몬드와 금팔찌 등 1억원 상당품을 훔친 김씨는 지난 4월까지 모두 49차례에 걸쳐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절도전과만 7범이었던 김씨는 이미 범행대상을 정하고, 물건을 훔치는 데는 도가 튼 상태였다. 그는 주로 오후 7시 이후 밤 시간대에 고급주택가를 배회하다가 집안에 불이 꺼져있고, 또 돌을 던져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1, 2층 주택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경찰에 따르면 키가 큰 편인 김씨는 창살을 밟고 올라가 드라이버 등으로 창문 시건장치를 부수고 침입해 금품을 훔쳤다. 경험상 귀금속을 숨겨 놓는 곳도 빠삭하게 알고 있던 김씨는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시간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 방범이 허술한 1~2층 집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49차례에 달하는 범행 중 CCTV에 찍힌 것은 단 한차례에 불과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수법으로 김씨는 20개월간 100억여원의 금품을 절취했으며, 한달에 2.45회 꼴로 범행에 나서 호화생활을 유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김씨는 경찰에서 “강남에는 부유층들이 많아 한번 훔칠 때 큰돈을 만질 수 있어 강남지역을 범행대상으로 택했다”고 진술했다.

호화아파트 살면서 단칸방 사는 척 위장

이 같은 김씨의 범행은 목격자의 신고로 덜미를 잡히게 됐다. 지난 4월 29일, 그날도 역시 ‘수금’에 나섰던 김씨는 논현동의 한 주택을 털고 나오다 침입장면을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게 됐다. 이에 경찰은 절도범 김씨가 외제차 열쇠를 갖고 있는 것을 의심, 여죄를 추궁한 끝에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의자 김씨는 동거녀에게조차 자신의 실체를 숨기고 수출업체 임원인양 연기했던 것뿐만 아니라 검거될 경우를 대비, 생계형 범죄로 위장하기 위해 경기 구리시 토평동 다세대 주택을 임차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위해 김씨는 실제로 자신이 사는 잠실의 주상복합아파트 명의는 동거녀 앞으로 해놓고, 구리시의 낡은 주택을 자신의 명의로 해놓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김씨는 장물을 처분해 마련한 범죄수익금 역시 지인 명의로 계좌 여러 곳에 분산 예치해 자신의 소득 역시 숨겨왔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범죄로 얻어진 소득을 샅샅이 뒤져 법에 따라 전액 몰수 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가 “훔친 물건들을 쉽게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시세의 1/10에 해당하는 헐값으로 처분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장물을 처리해준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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