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임금인상 못 해” VS “노조탄압 MB 정책 따라가”
사립대, 조합원 절반이상 근무 “한 발자국도 못 물러나” 팽팽
이미 협상타결된 민간중소병원 ∙ 지방의료원, ‘총파업’ 불똥 튈라
[매일일보닷컴] 산별파업을 유보하고 집중 교섭에 나섰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사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또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민간중소병원 24곳과 지방의료원 27곳의 교섭이 타결되고 국립대 소속 5개병원도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보이면서 끝을 보인 듯하던 ‘2008 산별교섭’이 사립대병원, 보훈병원, 원자력의학원 등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CMC, 한양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 23개 사립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사립대병원과의 협상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보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산별타결을 거부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순환파업과 집중타격투쟁을 벌이고, 그렇게 해서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부분파업 첫날, 그 첫 공격대상이 된 경희의료원 파업현장을 <매일일보>이 찾았다.
순풍에 돛 달듯 풀리던 협상이…
앞서 노조는 지난달 28일 산별교섭 결렬 이후 부분파업, 간부파업을 진행하면서 29~30일 영남대의료원 집중타격투쟁, 3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전개한 바 있다.이후 집중교섭기간 설정을 통해 민간중소병원 24개 병원과 ‘임금총액 4%’ ‘광우병 우려 쇠고기 병원급식 사용금지’ 등 특성교섭을 타결했다.이후 지난 11일 경기도립의료원, 군산의료원 등 지방의료원 소속 27개 병원과도 ‘임금 총액 5% 인상’ ‘광우병 쇠고기 사용금지’ ‘정년연장 지부별 논의’ 등에 잠정합의했다. 경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소속 5개병원도 집중교섭기간 동안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보면서 막판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이렇게 순탄하게 해결되나 싶었던 보건의료노조의 2008년 산별교섭은 보훈병원을 비롯한 사립대병원의 노조 요구안 거부로 난관에 봉착했다. 사립대병원은 아예 특성교섭에도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산별교섭이 미타결된 사업장은 사립대병원, 보훈, 원자력의학원만 남게 됐다.이에 노조는 지난 12일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의지를 밝혔다. 또 다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7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것. 만약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파업의 타겟은 사립대병원 등 ‘미타결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사업장이라 할지라도 보건의료노조의 사용자단체라면 모두 총파업 대상에 포함된다. 즉, 어느 한 특성병원이라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사측은 물론 환자들까지 총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불이익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조직실장은 “사립대병원 등 몇몇 병원들이 특성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별교섭 최종 타결여부는 미타결 사업장인 사립대병원, 보훈, 원자력의학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보건의료노조 ‘마지막 교섭’ 카드 통할까
사실 노조는 지난 몇 달간의 교섭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뤄냈다. 산별중앙교섭이 큰 진전이 없자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민간중소병원,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으로 특성을 나눠 따로 교섭하는 ‘특성별 교섭’을 요구해 사립대병원 등 몇몇 특성의 병원을 제외한 부분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그러나 사립대병원, 원자력의학원, 보훈병원 측은 “특성교섭에 무리가 있어 산별중앙교섭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노조는 지난 11일 사용자협의회 측에 ‘산별교섭 틀 내에서 교섭을 마무리 짓기 위해 특성교섭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의 이 같은 요청은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집중타격투쟁을 전개, 파업 수위를 높여가면서 오는 27일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에 앞선 마지막 교섭 노력으로 풀이된다.실제로 노조는 공문을 통해 “마지막으로 교섭을 요청한 후 사측이 이마저도 끝내 거부한다면 우리 노조는 2008 산별교섭의 모든 것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산별중앙교섭을 통한 협상을 계속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사측협의회 한 관계자는 “교섭이라는 것이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인데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게 해달라니 답답하다”며 우리의 산별중앙교섭을 노조가 거절했지만 교섭 제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성별 교섭’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사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남은 교섭대상인 23개 사립대 병원 중 10개가 넘는 병원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성별로 교섭이 이뤄질 경우 각 병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반면 산별중앙교섭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자신들의 자세한 내막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병원들이 합의한 사항으로 타결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중앙교섭을 주장하고 있는 것. 고용인들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기 싫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사측 관계자는 “각 병원들은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면서까지 특성교섭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하지만 보건의료노조 홍 위원장의 얘기는 사측 설명과 다르다. 홍 위원장은 “매년있는 산별교섭이지만 교섭기간이 7월을 넘긴 적이 없었다”면서 “이는 노조를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서 비롯된 노조말살 작태”라고 말했다. 노조를 배제한 성장 위주의 이 대통령 경제 정책에 병원 사측이 동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건노조는 고대의료원, CMC, 경희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 사용자협의회에 가입돼 있는 23개 사립대병원이 산별교섭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보고, 이들 병원에 투쟁역량을 결집시켜 조속히 전체 산별교섭 타결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