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교섭 또 다시 ‘안개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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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교섭 또 다시 ‘안개 속’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8.08.14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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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돈 없어서 협상안하는 것 맞아?’…사립대병원 등 협상거부, 미타결시 오는 27일

돈 없어서 임금인상 못 해”  VS  “노조탄압 MB 정책 따라가”
사립대, 조합원 절반이상 근무 “한 발자국도 못 물러나” 팽팽   
이미 협상타결된 민간중소병원 ∙ 지방의료원, ‘총파업’ 불똥 튈라
 

[매일일보닷컴] 산별파업을 유보하고 집중 교섭에 나섰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사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또 다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민간중소병원 24곳과 지방의료원 27곳의 교섭이 타결되고 국립대 소속 5개병원도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보이면서 끝을 보인 듯하던 ‘2008 산별교섭’이 사립대병원, 보훈병원, 원자력의학원 등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또 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CMC, 한양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 23개 사립대병원은 보건의료노조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사립대병원과의 협상에서 한치의 물러섬도 보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노조는 산별타결을 거부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순환파업과 집중타격투쟁을 벌이고, 그렇게 해서도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의 부분파업 첫날, 그 첫 공격대상이 된 경희의료원 파업현장을 <매일일보>이 찾았다.
 

▲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로비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원 800여명이 모여 ‘산별총파업총력투쟁승리결의대회’를 갖고 산별 5대 협약 중 합의되지 않은 쟁점사항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2시경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경희의료원 일대에는 부산, 강원, 울산 등 지방 차량번호판을 단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버스 안에서 는 똑같은 하늘색 폴로티를 입고 ‘의료 영리화 절대 안 돼’ ‘광우병 쇠고기 절대 안 돼’라고 적혀 있는 부채를 든 20~40대 남녀 수십 명이 쏟아져 나왔다. 

하늘색 폴로티 대오를 따라 들어간 경희의료원 로비에는 하늘색 옷을 입은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이미 줄을 지어 앉아 있었다. 이마에는 ‘단결투쟁’이라는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이들이 앉은 자리 옆에는 멀리서 상경했다는 것을 알려주듯 얼음물, 약간의 간식 등이 담겨 있는 가방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바로 사립대병원 등 특성교섭 미타결 사업장에 노조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800여명의 하늘색 대열은 하나의 주장을 800여개의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이 들고 있던 부채에 적혀 있던 ‘광우병 쇠고기 절대 안 돼’ 등이 바로 그것. 또 이들은 사용자협의회측과의 협상과정에서 세부적인 합의도출에 실패한 ‘광우병 쇠고기 병원급식 반대’ ‘인력충원’ ‘산별최저임금’ ‘병원 내 CCTV 설치금지’ ‘특성별 임금인상’ 등 미합의 핵심쟁점사항에 대한 조속한 수용도 촉구했다.

순풍에 돛 달듯 풀리던 협상이…

▲ 지난 1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의료원 로비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산별총파업총력투쟁승리결의대회’에서 홍명옥 위원장 대회사를 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28일 산별교섭 결렬 이후 부분파업, 간부파업을 진행하면서 29~30일 영남대의료원 집중타격투쟁, 31일 보건복지부와 중앙노동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전개한 바 있다.

이후 집중교섭기간 설정을 통해 민간중소병원 24개 병원과 ‘임금총액 4%’ ‘광우병 우려 쇠고기 병원급식 사용금지’ 등 특성교섭을 타결했다.이후 지난 11일 경기도립의료원, 군산의료원 등 지방의료원 소속 27개 병원과도 ‘임금 총액 5% 인상’ ‘광우병 쇠고기 사용금지’ ‘정년연장 지부별 논의’ 등에 잠정합의했다. 경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소속 5개병원도 집중교섭기간 동안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보면서 막판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이렇게 순탄하게 해결되나 싶었던 보건의료노조의 2008년 산별교섭은 보훈병원을 비롯한 사립대병원의 노조 요구안 거부로 난관에 봉착했다. 사립대병원은 아예 특성교섭에도 불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산별교섭이 미타결된 사업장은 사립대병원, 보훈, 원자력의학원만 남게 됐다.이에 노조는 지난 12일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의지를 밝혔다. 또 다시 협상이 결렬될 경우 오는 27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것. 만약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파업의 타겟은 사립대병원 등 ‘미타결 사업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협상이 타결된 사업장이라 할지라도 보건의료노조의 사용자단체라면 모두 총파업 대상에 포함된다. 즉, 어느 한 특성병원이라도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사측은 물론 환자들까지 총파업으로 인한 막대한 불이익에 직면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조직실장은 “사립대병원 등 몇몇 병원들이 특성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어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별교섭 최종 타결여부는 미타결 사업장인 사립대병원, 보훈, 원자력의학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홍명옥 위원장은 “우리는 ‘합법파업’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미 승리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2008 산별교섭에서 5대 협약의 80%를 이뤄냈다. 끝까지 싸워 사용자 단체의 아집을 꺾어 버릴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보건의료노조 ‘마지막 교섭’ 카드 통할까

사실 노조는 지난 몇 달간의 교섭을 통해 많은 것을 이뤄냈다. 산별중앙교섭이 큰 진전이 없자 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민간중소병원,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 지방의료원 등으로 특성을 나눠 따로 교섭하는 ‘특성별 교섭’을 요구해 사립대병원 등 몇몇 특성의 병원을 제외한 부분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그러나 사립대병원, 원자력의학원, 보훈병원 측은 “특성교섭에 무리가 있어 산별중앙교섭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노조는 지난 11일 사용자협의회 측에 ‘산별교섭 틀 내에서 교섭을 마무리 짓기 위해 특성교섭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의 이 같은 요청은 미타결 사업장에 대한 집중타격투쟁을 전개, 파업 수위를 높여가면서 오는 27일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에 앞선 마지막 교섭 노력으로 풀이된다.실제로 노조는 공문을 통해 “마지막으로 교섭을 요청한 후 사측이 이마저도 끝내 거부한다면 우리 노조는 2008 산별교섭의 모든 것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제안을 거부하고 산별중앙교섭을 통한 협상을 계속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사측협의회 한 관계자는 “교섭이라는 것이 서로간의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인데 자신들의 입맛에만 맞게 해달라니 답답하다”며 우리의 산별중앙교섭을 노조가 거절했지만 교섭 제의는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립대병원 등이 특성교섭을 거부하고 중앙교섭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성별 교섭’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사측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남은 교섭대상인 23개 사립대 병원 중 10개가 넘는 병원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특성별로 교섭이 이뤄질 경우 각 병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반면 산별중앙교섭으로 협상이 진행될 경우 자신들의 자세한 내막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병원들이 합의한 사항으로 타결을 볼 수 있다는 데서 중앙교섭을 주장하고 있는 것. 고용인들 앞에서 자존심을 버리기 싫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사측 관계자는 “각 병원들은 어려운 사정을 이야기하면서까지 특성교섭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 홍 위원장의 얘기는 사측 설명과 다르다. 홍 위원장은 “매년있는 산별교섭이지만 교섭기간이 7월을 넘긴 적이 없었다”면서 “이는 노조를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서 비롯된 노조말살 작태”라고 말했다. 노조를 배제한 성장 위주의 이 대통령 경제 정책에 병원 사측이 동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보건노조는 고대의료원, CMC, 경희의료원, 한양대의료원, 아주대의료원 등 사용자협의회에 가입돼 있는 23개 사립대병원이 산별교섭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보고, 이들 병원에 투쟁역량을 결집시켜 조속히 전체 산별교섭 타결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사립대병원들은 보건노조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받아들 수 없는 내용이라며 난색을 표명, 타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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