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학교 떠나 ‘가시밭길’로
집단생활하면서 성매매 유혹 쉽게 빠져들어
‘평생교육권’ 말로만… 부처간 공조 절실
한해 학업포기 중고생 5만명 육박
교육과학기술부의 ‘2006년도 학업중단자 현황’에 따르면 중학교는 1만8968명, 고등학생은 2만7,930명이 학교를 그만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해에만 중·고등학교에서 4만6,898명이 학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는 전체 중고생의 약 1.22% 수준이다. 그러나 재입학률은 10%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탈학교 청소년 문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불거졌다가 입시경쟁이 극심해진 2000년대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교육 관계자들은 입시경쟁 등이 치열한 서울 수도권에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본다.지난해 서울 지역에서만 1만 명의 10대들이 공교육을 포기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정부는 전체적인 총량만 파악하고 있을 뿐, 탈학교 청소년의 구체적인 현황과 변동추이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공교육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보건복지가족부는 예산미비 등을 이유로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나 대책마련을 주저하고 있다.
탈학교 청소년 어디서 무엇 하나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는 민간이 운영하는 대안교육 기관이나 몇몇 뜻있는 시민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인해 실태조사의 절대적인 신뢰성은 부족하지만 현재로서는 탈학교 청소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정부, 사회안전망 구축 관심은 있나?
한국청소년상담원 통계에 따르면 탈학교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학교·학습 부적응’이다. 그 원인은 학교와 배움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쟁적·획일적·폭력적 학습문화’와 ‘전일제·학기제·주입암기식 학습방식’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대문청소년수련관이 운영하는 ‘도시속 작은 학교’의 황인국 관장은 현장 경험을 토대로 “2000년 초반까지는 탈학교 청소년 발생의 주원인은 가정해체였지만 최근에는 입시경쟁에서 탈락한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보면 과거가 극빈층의 아이들이 탈학교화 되지만 최근에는 차상위, 중산층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탈학교 청소년이 점차 사회 문제화되자 2004년 ‘학교 부적응 및 학업중단 대책’을 발표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단위학교에 전문상담 인력을 배치하고, 학교-대안교육기관-청소년상담실로 연계되는 ‘학업중단자 지원 네트워크’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대안학교를 각종학교 형태로 법제화해 학력인정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초·중등 교육법을 개정하고 대안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제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어느 것 하나 구체화되지 못했다. 대안학교의 법제화나 전문상담 인력의 충원은 관련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요원한 실정이다.복지부의 ‘위기청소년안전망’ 사업의 올해 예산은 55억에 불과하다. 위기청소년 1인당 11만원 꼴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대안교육센터 강원재 부센터장은 “공교육안에서 그 동기를 못 찾았을 때 강요나 질책이 아니라 내재된 동기를 찾아주는 것. 삶의 멘토로서 동기와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