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지난해 성과급제 도입 등을 둘러싸고 노조와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이번에는 고배당 논란으로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SC은행은 거액의 중간배당을 계획했다가 비난여론과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자 결국 배당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SC은행의 실적이 고배당을 실시한 만큼 여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영국 본사로 수천억원대의 배당금을 송금해온 것은 ‘국부 유출’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C은행 2000억 고배당 논란 일자 절반으로 대폭 축소…그래도 '과도한 수준' 지적은행권 최장기 파업‧불법 메탈론‧고객정보 무단조회 등 한국 금융시장 물 흐려 SC은행이 고배당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SC은행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중간배당 규모를 당초 2000억원에서 절반으로 축소키로 했다. 또 영국 SC그룹에 보내는 배당 송금액도 15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대폭 축소했다.SC은행의 지분은 한국SC금융지주가 전량 소유하고 있으며, 한국SC금융지주 지분은 모두 영국 SC그룹이 보유하고 있다.
SC은행, 실적은 바닥인데 고배당 실시 논란
하지만 SC은행이 금감당국과 비난 여론에 떠밀려 배당금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는 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마저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사실 SC은행은 고배당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5년 영국 SC그룹에 인수된 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배당을 실시해왔는데, 2010년 3월 2500억원, 9월 1000억원 등 2010년 한해에만 3500억원의 배당을 지급했다. 지난해 3월과 9월에는 각각 1000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으며, 지난 2월에는 1000억원대의 현금배당이 이뤄졌다.업계에서는 특히 올해 상반기 SC은행의 실적을 놓고 볼 때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한다.SC은행의 올 상반기 전체 순이익은 125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9.7% 급감했다. 전체 영업이익도 54% 줄었다. 2분기에는 174억원의 당기순손실까지 기록했다. 이번에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확정될 중간배당은 무려 상반기 순이익에 무려 80%에 달하며, 금융감독원의 배당금 권고치인 30%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SC은행은 한국 금융시장 미꾸라지?
이번 고배당 논란을 불러일으킨 SC은행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지난해 은행권 최장기 파업을 기록하며 노조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와중에도 불법 메탈론으로 임직원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는가 하면 고객의 신용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고객 수 대비 민원이 가장 많은 은행 1위에 등극해 빈축을 사고 있다.때문에 일각에서는 SC은행이 국내 금융시장의 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지난 2009년 12월, 45세 나이로 국내 최연소 은행장에 취임한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한국 금융권 관행을 혁신하겠다”는 일념 하에 공격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힐 은행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맨해튼에서 뉴욕특파원들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금융계에 쓴소리를 해 주목을 받았다.그는 “한국 금융산업은 여전히 전통산업에 머물러 있다”며 “한국 4대 은행과 특수은행들은 국제적 운영 능력이 제한적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여나갈 능력도 크지 않다”고 비판했다.일각에서는 힐 은행장이 오히려 한국 금융 환경을 이해하고 ‘소통경영’을 하는 것이 한국인 노조와의 언어·문화적 장벽을 허물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한다.지난해 성과급제 도입을 둘러싸고 극심한 마찰을 빚을 당시 SC은행 노조위원장은 “리처드 힐 은행장이 오히려 한국의 특성과 문화적 차이를 무시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