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철수… ‘중소 브랜드’ 설 자리 없어
[매일일보] 올 초 논란이 됐던 재벌가 딸들의 ‘대기업 빵집’이 여전히 성업 중인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최근 ‘대중소기업 상생’이 정치권 화두로 부상하자 대기업들이 빵집을 철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계열사 유통망을 이용해 교묘히 빵집을 입점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여전히 ‘자녀 밀어주기 행태’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대기업들 빵집 철수 약속 ‘도루묵’…꼼수 지원 여전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에 계열사 브랜드 성업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정우택 의원에 따르면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씨가 지분 40%를 갖고 있는 신세계SVN의 빵 브랜드가 계열사인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에 거의 100% 입점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SVN의 지분은 조선호텔 45%, 정유경 40.0%, 우리사주가 15%를 각각 소유하고 있다.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세계SVN의 베이커리 브랜드 '데이엔데이'는 전국 이마트 138곳 가운데 111곳, 같은 회사의 '밀크앤허니'는 26곳,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10곳 중 9곳에 입점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올 1월 이명박 대통령이 재벌의 베이커리 사업 관여에 대해 “재벌 2ㆍ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 지 모르겠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중소기업 업종을 한다고 해도 그런데 소상공인 업종까지 꼭 해야 하나. 수조 원씩 남기면서 그런 거 하면 되겠나”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이후 두산그룹,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잇따라 베이커리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하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여전히 신세계SVN을 지원하다 최근 공정위에 적발돼 4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세계는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사장이 발 빠르게 사업 철수를 밝혔다면 공정위 제재까진 안 왔을 텐데 결국 브랜드 이미지만 나빠지게 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벌 빵집에 최초로 부과된 과징금이 신세계에서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일부 대기업들이 여전히 자사 빵집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이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131개 매장에 이부진 대표의 호텔신라와 홈플러스가 합작해서 만든 ‘아티제블랑제리’ 브랜드 빵집이 130곳 입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326개 홈플러스SSM 지점 중 242개 매장에도 아티제블랑제리가 입점해 성업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아티제블랑제리의 지분은 호텔신라 보유 지분 19%를 홈플러스가 인수해 사실상 지분은 거의 홈플러스의 소유라는 게 정 의원실측 설명이다.
롯데마트도 전체 96개 지점에서 97개의 보네스뻬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네스뻬 역시 롯데 계열사인 ㈜롯데브랑제리에서 만든 브랜드다. 롯데백화점도 전체 30개 백화점 중 16곳에 보네스뻬 매장이 입점해 있다.
특히 신격호 롯데회장의 외손녀인 정선윤씨가 설립한 '포숑'도 대기업 골목상권 침해논란으로 지난 1월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만 한 후 롯데백화점에서 7곳에서 영업중이었다.
한화그룹은 베이커리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빈스 앤 베리즈’ 매장을 27곳에 갖고 있으며, 한화 호텔&리조트는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인 ‘에릭 케제르’를 7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백화점은 14개 백화점 중 13곳에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의 '베즐리베이커리'가 입점해 있었다.
정우택 의원은 “대기업의 계열사 빵집 챙기기, 같은 그룹사 밀어주기의 행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자사 혹은 계열사 자체적으로 베이커리 브랜드를 만든 후 매장에 입점시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는 것은 손수 만든 빵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품질개선에 피땀을 흘리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희망을 자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 빵집으로 인한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지경부차원에서 동네빵집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기업의 계열사 빵집 지원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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