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일색 한국 기업노조, 경제 위기극복의 걸림돌로 작용
국내 경제 나타내는 각종 지표, 일제히 악화된 모습 보여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한국 경제상황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기업 노조들은 제 목소리 높이기에 여념이 없어 노사 갈등으로 인한 경제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던 기업 체감경기가 3개월 만에 꺾였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5월 국내 산업의 업황은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한 73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대비 8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로 1년 새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가 상당히 악화됐다. BSI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기업의 경영실적도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상장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율과 영업이익 증가율,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4개국 중 가장 낮았다.
실제 매출액 증가율은 5.2%로 미국(9.7%), 일본(6.5%), 중국(12.7%)에 비해 가장 낮았다. 영업이익은 -1.0%, 당기순이익은 –12.4%를 기록하며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다. 이에 비해 미국 상장기업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6.8%, 중국 상장기업은 9.7% 증가했다.
전년대비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한국이 –12.4%를 보이며 악화된 것에 반해 미국은 10.3%로 두 자리 수 증가율을 나타냈고, 일본도 2.9%를 기록하며 증가했다.
특히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28위로 작년 대비 한계단 하락했다.
종합순위 하락은 4대 평가 분야 중 경제성과·정부 효율성·인프라 등 3개 분야에서 순위가 내려간 영향이다.
이토록 경제 상황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가 좋지 못하게 나오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노조는 강성 일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업계의 경우 산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노조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11개월이 넘도록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고, 한국지엠도 사측이 한국철수설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분리 건에 대한 불신이 높다. 현대자동차는 임단협을 앞두고 1만여명 신규채용을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선업계 역시 노조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사전 작업인 중간 지주 설립을 위한 5월말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29일부터 예정된 현대중공업 노조 총파업 투쟁 집회에 확대 간부와 오전 근무 조직위원 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 현대중공업 노조가 농성 중인 주주총회장에 공권력이나 용역업체가 투입되면, 현대차 노조 전 조합원도 총파업 후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이 장기 침체를 맞은 가운데 부진 탈출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노사간 불협화음으로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