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수사로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명직 최고위원의 입을 빌어 김 위원장 구속 수사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다는 언급에 그쳤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평도 나온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로제 등 노동현안 합의 도출은 난관에 봉착했다.
24일 오전 이수진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1일 국회 차단벽 훼손과 경찰 폭형 혐의 등으로 구속된 김 위원장을 언급하며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가치가 깊었던 공인이었기에 현재의 상황은 답답한 상황"이라며 "잘잘못은 법 앞에 평등하게 따져야겠지만 '불구속 수사를 통해 조사하더라도 큰 무리는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들린다"고 했다. 김 위원장 구속 이후 여당 측에서 처음 나온 공개석상 발언이다. 민주노총이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지만 여당이 소극적 대응에 그치면서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벌써부터 민주노총과의 거리두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청와대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쓴소리를 날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말 한심한 것은 청와대와 여당의 태도"라며 "도대체 정부여당은 민노총에 얼마나 큰 빚을 져서 할 말도 못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민주노총이 한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것"이라고도 했다. 황 대표는 또 "문재인 정부가 민노총을 비호하면서 노동개혁을 외면한다면 민노총과 함께 동반침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민주노총과 결별을 선언하고 즉각 노동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한편 민노총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 구속에 맞서 투쟁을 예고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인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결의문을 통해 "박근혜가 잡아 가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두고 '눈에 밟힌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끝내 민주노총을 짓밟고 김명환 위원장 동지를 잡아 가뒀다"며 "노동존중 재벌개혁에서 노동탄압 재벌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선전포고"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25일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 26일 울산 전국노동자대회, 27일 최저임금 1만원 쟁취와 노동탄압 분쇄 결의대회, 28일 전국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 다음달 3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 다음달 18일에는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노동현안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도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와 일자리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11개 분야 58개에 참여하고 있다. 당장 25일 개최 예정인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부터 노동계가 강경한 입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했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건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