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강제휴무, 입점마찰 등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대·중소유통업계가 이번엔 ‘자율 상생’과 ‘법 규정 강화’를 놓고 혼돈을 빚고 있다.

유통업계는 최근 정부 중재로 대·중소업체의 상생발전을 위해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발족키로 하는 등 자율적인 동반성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업계 자율의지에 대해 불신을 보이며 관련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동반성장을 둘러싸고 ‘타협점 찾기’와 ‘강제적 기준’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유통산업발전협의체’ 이달 중순 발족
민주, 유통관련법 대폭 강화 움직임
유통공룡들 “자율권 준대놓고 뭐냐”

4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대·중소유통업계는 의무휴업제, SSM 등의 출점 제한 등의 규제를 자율적으로 풀기 위해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구성하고 이달 15일 이전 출범시키기로 약속했다. 이 기구를 통해 대·중소유통업체간 갈등구조를 원만히 해결하고 동반성장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

당시 일부에서는 협의체란 구조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현안들을 풀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법원 판결로 유통산업발전법이나 대·중소상생법의 조정기능이 유명무실해진 상황에서 말그대로 ‘자율상생’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정재훈 지경부 산업정책실장은 “협의체가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협의체를 구성하는데 각 대형유통업체 대표이사들이 주도했고 법 규정으로 안됐기 때문에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강제가 아닌 자율로 하는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자신했다.

하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적 구속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자율 상생이 시작 전부터 암초에 부딪히게 됐다.

박완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대규모 점포 또는 준대규모 점포가 특정지역에 밀집하는 경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총 허용량(총량)을 정해 이를 초과하는 개설·증설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경부 장관에 의한 총량 규제는 기존 법에 없던 것으로 대·중소 유통업체의 자율조정을 추진했던 정부의 권한이 되레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한 셈이다.

또한 대규모점포나 지역중소유통기업의 균형 있는 발전을 협의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 소속으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둬 지방정부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정부가 자율조정을 위해 만들기로 한 ‘유통산업발전협의체’와 성격차를 드러냈다.

특히 대규모점포의 영업시간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위반해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영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전액을 과태료로 부과토록 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한층 강화시키기로 했다.

박완주 의원은 “현행법은 대규모점포와 중소유통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건전한 상거래질서 유지를 위해 입점 제한,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지만 대규모점포 등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잠식으로 중소상인들의 생계가 위협을 받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중소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를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