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사 중에 술을 마셔 이른바 음주 심사 논란을 초래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다. 황 대표의 이 같은 조치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김 위원장의 처신을 지적하며 예결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나온 바,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한국당 지도부는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추가적인 징계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한국당에 따르면 당 공보실은 전날 "확인 결과 김 의원은 일과 시간 후 당일 더 이상 회의는 없을 것으로 판단, 지인과 저녁 식사 중 음주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러나 황 대표는 예산 심사 기간 음주한 사실은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엄중주의 조치했다"고 공지했다. 이는 음주 심사 논란이 인 지 이틀 만에 나온 당 공식 입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정부의 추경안을 놓고 여야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일 밤 11시 10분쯤 출입기자들에게 추경안 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던 중 술 냄새를 풍기고 말끝을 흐리거나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은 당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추경안 중 적자 국채 발행액에 대한 삭감 범위를 놓고 여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오후 4시, 오후 8시 순으로 계속 연기를 거듭하며 의원들이 대기를 타던 중이었다.
추경안 심사 중에 김 의원이 음주한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일제히 비판 논평을 내 김 위원장을 강하게 질타했고, 직접 사과와 예결위원장직 사퇴 등을 촉구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7조 원 추경 음주심사한 예결위원장 김재원, 정말 분노가 치민다"고 강력 비판하기도 했다.
황 대표의 엄중 주의 조치는 김 의원의 음주 사실이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정치권에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김 의원을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져 차후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최근 당 중앙윤리위는 당 지도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국토교통위원장 사퇴를 거부한 박순자 의원에 대해서는 당원권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김 의원의 윤리위원회 회부는 생각을 안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덮고 갈 수 없으므로 엄중 주의 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한편, 한국당 당규에 명시된 징계사유는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정당한 이유 없이 당명에 불복하고 당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당의 위신을 훼손했을 때 △당 소속 국회의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음에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기일에 불출석했을 때 등이다. 징계는 제명, 탈당 권유, 당원권 정지, 경고로 구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