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필자가 일하는 서초동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을 외치던 사람들의 집회 외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집회가 매일 열린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이렇게 높았나 하는 놀라움과 이런 상황에서도 더디기만 한 검찰개혁에 대한 답답함이 동시에 들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법농단 사건을 목도하면서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론이 없었다. 특히 과도한 검찰권 제한과 관련하여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는 국민 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열망 속에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게 국민이나 법조계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권 제한, 피의자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 별건수사 및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사법절차의 실질적 개선을 기대했다. 또한 법원행정처 근무경험이 없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이제는 뭔가 바뀌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었다.
특히 검찰개혁 관련해서는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까지는 역행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검찰총장 인선 시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이었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을 때 꽤 많은 법조인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윤총장 임명 이후 단행된 첫 검찰인사 역시 논쟁거리였다. 문재인 정부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검찰개혁 방향과 모순되는 검찰 특수부의 전면배치였기 때문이었다. 검찰의 특수수사를 비판하면서도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배치하여 검찰을 이끌도록 했다. 국정농단 수사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변명은 궁색하기만 했다.
특수수사는 일반인이 고소, 고발을 하여 수사가 시작되는 일반 형사사건과는 달리 검찰이 범죄혐의를 인지하여 수사가 시작된다. 특수수사가 개시되면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검사의 최초 범죄인지가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수수사가 개시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소를 해야 한다는 압박과 피의자가 구속되면 범죄자로 낙인찍히고 그 수사가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문화 때문에 강압수사, 인권침해 수사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보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강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수사관행은 여전히 존재한다. 피의자 옆에 앉아 조력하던 변호인을 피의자 뒤에 앉게 하거나, 앉아있던 피의자를 일어나라고 지시한 다음 조사를 진행하거나, 범죄혐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족을 언급하는 사례는 지금도 버젓이 일어난다.
검찰개혁에 대한 대중의 여론도 상황에 따라 극단적으로 변한다. 유례없는 국민의 지지 속에 임명된 윤총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한 건으로 불과 2개월 만에 정치검사, 적폐검사로 내몰렸다. 누구는 검찰총장의 배신을 말하지만 윤총장은 조직에 충성하는, 검찰권 행사를 절대 시 하는 검사였고, 우리는 당연한 수순을 보고 있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고 검찰의 칼이 야당을 향하면 국민의 여론은 다시 변할 것이다.
검찰개혁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검찰총장이나 검찰 지도부 몇 명이 바뀐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은 없다. 비대한 검찰의 칼날 방향만을 바꿀 뿐이다. 법원, 변호인에 의한 사법적 통제, 공수처 신설, 수사권 조정에 의한 기관 사이의 견제, 인사, 감찰, 업무 분담을 통한 내부적 개혁 방법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당장에는 버리는 것이 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개혁의 동력으로 되살아 날 것이다. 검찰개혁의 골든타임이 정쟁과 고집으로 좌초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