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부문에서 서로 글로벌 1등을 주장하고 있다. 업체 간 경쟁 기조가 심화되면서 이들 기업이 주장하는 시장점유율이 100%가 넘는 모순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로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집계를 하다 보니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가전사가 서로 1위 경쟁을 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1위라는 상징성이 가져오는 이미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1위를 선정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판매량이나 판매액을 기준 삼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적 소견으로는 진정한 업계 1위는 단순히 양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양보다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업체야말로 진정한 1위 자격을 지녔다 할 수 있다. 1위 업체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업체로 업계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물량이 적고 많음은 숫자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 싸움은 가전 부문에서 보다 치열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가전보다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가전부문은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업체는 새로운 신제품으로 트렌드를 주도할 줄 안다. 후발주자는 유사 제품을 출시해 인기에 편승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서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이야말로 업계 내 선두주자로 불릴 자격이 있다. 물론 새로운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LG전자는 세탁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 무선청소기, 식기세척기 등 다방면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선 바 있다.
업계 1위 업체는 해당 제품군에서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투자비 등 비용 면에서 감당해야할 부분이 있다. 이런 이유에서 유사 제품 출시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업체를 1위로 부르기엔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다른 말로 업계 1위가 아닌 기업은 트렌드를 주도할 역량이 부족하다. 가전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LG전자도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실적이 신통치 않다. LG전자의 G 시리즈는 트렌드 형성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다.
초기 G 시리즈가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선전하자 LG전자는 새로운 신기술을 내걸며 기존 시장 트렌드와 다른 길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G5의 경우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많은 혁신 기술이 도입됐지만 소비자에겐 외면당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전자 업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철강업계의 경우 포스코가 ‘포스맥’이라는 기존 제품 대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하자 다른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유사 제품을 출시했다. 동국제강의 GLX와 GIX, 동부제철의 맥코트, 포스코강판의 맥코스타가 전부 포스맥의 아류 제품이다.
대부분 한 제품군에서 1위로 꼽히는 제품은 시장점유율에서도 1위를 고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시장 선점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물론 제품의 결함 등의 여부에 따라 순위기 바뀌기도 하지만, 어느 업체가 어떤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의 니즈를 알고 시장을 바꿔가는 기업이 곧 1위라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