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신예 엘리트 대 보수 중진 엘리트 대결
3040 유입으로 20대서 민주당 승리 이변
부동산 정책 불만에 보수표심 부활 가능성
통합당 확실한 우세 서울 3곳 중 한곳 꼽혀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강남을 지역구는 강남3구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지만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구룡마을이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다. 게다가 지난 20대 총선부터 강남의 대표적 부촌인 대치1동, 대치2동, 대치4동이 빠져나가고 세곡동에 조성된 대규모 보금자리주택 단지에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면서 진보 성향 지역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의 초반 판세 분석에서 이 지역은 서울에서 확실한 우세를 점한 3곳에 포함됐다. 이 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강남을을 민주당 품에 안겨준 전현희 의원이다. 전 후보는 치과의사 출신의 변호사로 엘리트를 선호하는 강남 표심과 진보 성향의 3040세대 유권자를 모두 충족시키는 카드다. 미래통합당은 외교관 출신의 엘리트이자 종로에서 3선(16~18대)을 한 박진 전 의원을 내세웠다. 젊은 엘리트 대 경륜 있는 엘리트의 대결이다.
강남을은 20대 총선 이전만 해도 보수표밭의 위상이 확고했다. 직전 19대 총선에서는 정동영 의원과 같은 민주당계 거물 정치인의 도전도 손쉽게 막아낸 곳이다. 당시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과 정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20%에 달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40% 가까이 득표한 정 후보가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고, '누구를 보내도 강남을에서는 어렵다'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강남병 신설에 따른 선거구 변경은 한 순간에 강남을을 해볼만한 곳으로 탈바꿈시켰다. 전 후보가 20대 총선에서 24년만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이후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2018년 강남구청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이 지역에서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공식선거전 개막과 함께 발표된 초반 판세 분석에서 통합당은 강남갑·강남을·강남병 3곳만이 서울에서 확실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는 강남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부동산과 교통 이슈에서 승부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 문제에 있어 강남을에는 일원 1동과 수서동 세곡동 등지에 영구 임대아파트, 국민 임대아파트, 장기 전세 아파트,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등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1만3000 가구에 달할 정도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10년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가 산정 문제 관련, 주민들에 공약한 사항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통합당의 공세에 노출돼 있다.
이 지역 교통 이슈로는 위례과천선 역 신설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힌다. 이는 전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공약 이행이 늦어지는게 아니냐는 비판에 전 후보는 "사실상 확정되어서 올해 말 국토부에서 최종적으로 역을 정할 것"이라며 "내 공약을 내가 완성하게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는 "말 뿐"이라며 주민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그는 "말만 있는 것이지 실질적으로 된 것은 없다. 어디에 역을 만들 것인가 등이 결정된 바 없고 아직 용역 중"이라며 "지난 4년의 시간이 있었는데 약속에 비하면 실질적 성과가 미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선이 되면) 투명하면서도 정직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