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박용진 “재판용 사과” 법적 책임 강조
보수야당은 "권력이 기업 팔 비틀지 말아야"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노조 와해 등에 공개사과한 다음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인영 원내대표가 임기를 마치며 마지막 메시지로 "(이 부회장의 사과는) 대한민국 경제가 새 시대로 나아가는 거대한 전환점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에서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 일각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를 폠훼하는 상황에서 나온 평가라 주목된다.
▮여권 "알맹이 빠진 사과" 혹평
앞서 이 부회장은 6일 공개사과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며 무노조 경영이란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사과 직후부터 여권 인사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혹평은 7일에도 계속됐다.
자타공인 여당내 '재벌 저격수'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 이 부회장의 사과를 두고 곧 있을 재판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실직고도 없었고 법적 책임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휴짓조각에 불과한 약속을 던져놓고 곧 있을 재판에서 좋은 결과만 가져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불법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선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얘기가, 알맹이가 다 빠져버린 입장문"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경영인 출신으로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이용우 당선인도 이 후보자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이날 YTN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경영권을 이양할 권한은 (이 부회장이 아닌) 주주에게 있다"며 "이 부회장이 '자식한테 물려준다'는 건 권한이 없는 얘기"라고 했다.
범여권인 정의당은 이 부회장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죄로 파기환송심 선고를 앞둔 피고"라며 "지금 국민들이 이 부회장에게 바라는 것은 말뿐인 사과가 아니라 법적 책임을 법대로 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 부회장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서도 "그동안 삼성 총수 일가는 눈가림용 대국민 사과와 경영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말 뿐이었다"고 했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재벌 세습을 위한 불법승계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구조적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인영 "눈속임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의 평가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이날 새 원내대표 선출 직전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영권 승계와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는 삼성그룹의 선언을 사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얕은 눈속임으로 결코 보지 않는다"며 "어제 삼성그룹의 선언이 대한민국의 새 출발을 위한 중대한 기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이 코로나 19 방역을 이끌고 세계의 선도 국가가 된 것처럼 대한민국 기업도 세계 모범 기업으로 전진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는 여당내 의원들의 개별 평가와는 달리 여당 지도부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 원내대표는 "삼성의 선언이 강남역에서 농성 중인 김용희 씨가 긴 농성을 끝내고 동료와 가족 곁으로 가는 출발점이 되길 고대한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첫 출발과 일치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실천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자해지 하라'는 것이다.
▮통합당 "기업 변화 강압적 여론몰이 안돼"
여당 지도부가 이 부회장의 사과를 긍정평가하며 실천을 요구한 데 비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이 부회장의 사과와 약속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여론몰이식의 재벌개혁을 경계했다. 김성원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어제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동안 지적되어 왔던 경영권 승계, 무노조 경영, 외부감시체계 등에 대해 책임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변화는 기업 스스로가 생존과 발전을 위해 추구해야할 가치이지, 부당한 압박이나 강압적 여론몰이에 의해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차제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을 적절히 조화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래한국당도 조수진 대변인을 통해 "이 부회장을 옹호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면서도 "권력이 기업의 팔을 비트는 관행이 이제는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며 "기업이 정치 권력의 눈치를 보며 머리를 조아리지 않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일에 매진하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국회가 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