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국 국무부가 북한의 대남 적대시 선언에 '실망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자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외무성이 나서 '입을 다무는 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행보에 유익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미국이 남북 관계에 개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악재가 될 수 있는 대형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엄포다. 다만 북한은 국장 명의 담화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다. 북핵 협상을 고려한 수위 조절로 해석된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문을 내고 "북남 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며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할아버지를 낮추어 부르는 할애비의 북한식 표현)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권 국장은 또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북남 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한사코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되는것 같으면 크게 걱정이나 하는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막 역증이 난다"며 "미국이 말하는 그 무슨 '실망'을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 당국에 대하여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