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과세형평 제고와 조세제도 합리화 차원서 투자세액공제 제도 개편”
재계, 공제 비율 ‘1·3·10%’룰, 도리어 공제 축소 여지 우려도…실효성 강화 요청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투자세액 공제를 확대하는 등 경기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을 시사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투자세액 공제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황이어서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22일 당정은 국회에서 ‘2020 세법 개정안’협의회를 열어 투자세액 공제 확대, 증권거래세 인하 등을 포함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와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의회에서 “소비활력과 투자촉진을 위한 세제 보강 지원은 물론 이를 뛰어넘어 투자세액공제제도 개편, 증권거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 새 과세 체계 도입 등 시대 흐름에 맞도록 근본적으로 세제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번 세법개정안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지원에 더해 경제회복과 포스트코로나 선제 대응을 세제 측면에서 더 강력히 뒷받침하는 데 역점을 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세법개정안과 관련, “전체적으로 과세형평 제고와 조세제도 합리화 차원에서 조세 중립적으로 개편안을 마련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야당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생산성향상·환경보전·근로자복지·안전 시설 등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인상하고, 2021년 일몰 예정인 동 제도를 2년 연장하는 동시에 연구·인력개발비 등 R&D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도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지난 20일 대표발의했다.
추경호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유인책을 제공해 기업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면서 “특정시설과 R&D 투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를 통해 기업투자가 늘어나면, 일자리 창출과 소비 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을 주장하면서 관심은 청와대와 정부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정의 이번 조세 개편 의지 피력이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밝힌 ‘한국판 뉴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제도적 지원사격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재계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투자 세액공제 대상을 사실상 모든 유형자산으로 넓힌 점과 이월공제 기간 연장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산업의 중추인 대기업들에게 돌아올 혜택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액공제 비율이 대·중·소기업 순으로 일괄 1·3·10%씩 정해지면서 일부 특정시설 분야에 투자를 하던 기업은 상대적으로 공제 범위가 축소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중견기업은 환경보전 시설(3·5·10%)이나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5·7·10%), 근로자 복지증진 시설(3·5·10%) 등은 기존 세법을 적용할 때 오히려 더 높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책을 분석한 뒤 실질적인 투자 의지가 생기도록 유인해야 한다”며 “세액 공제의 기본공제율을 확대하거나 추가공제율을 두자릿수로 늘리는 식의 대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