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 지난해 임단협 아직 타결 못 봐…올해 넘길 가능성도 있어
정기선 부사장 지주사 지분 승계 위한 자금 마련 방안…3년 동안 지속될 듯
현안 문제로 대립, 일부 노조원 복직 문제 걸려…노사 대화 진전에 발목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조선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타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작된 임단협은 17개월이 지나도록 평행선을 그리고 있고 올해 임단협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올해 수주달성률이 30%에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을 비롯해 지난해 5월 한국조선해양 분사 과정에서 벌어진 조합원 징계 및 해고자 문제, 손해배상 소송, 고소·고발 철회 등의 문제 해결을 원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급 4만5000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금 193%, 격려금 100%+150만원 등을 코로나 시국에서 적지 않은 인상분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이를 반려했다. 이 같은 노조의 강경한 고자세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 후 오너 일가의 ‘고배당’ 정책이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대부분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정기선 부사장은 그룹 총수 정몽준 전 회장의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를 상속받아야 한다. 상속세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서는 오너 일가의 고배당 정책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에도 오너 일가는 9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미 공시를 통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배당성향을 70% 이상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은 업황 악화와 지속적으로 쪼개진 회사로 인해 노조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말 현대글로벌서비스와 현대그린에너지가 물적분할로 분사했고, 2017년에는 인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현대로보틱스(로봇·투자 부문),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 부문),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부문)가 설립됐다. 또 2019년엔 한국조선해양이 추가로 물적분할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조선산업의 불황과 맞물려 경영실적이 악화됐다. 지난해 간신히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900억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또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수주 절벽으로 노조원들의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고배당 정책은 노조에 희생을 강요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측이 3년간 고배당 정책을 언급한 만큼 승계 작업은 3년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과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마무리되면 자금 마련도 끝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금 마련의 핵심 중 하나인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변수다.
정기선 부사장의 경영 능력은 대표이사를 맡은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통해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매출은 2017년 2382억원에서 지난해 7895억원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 내부거래 비중도 2018년 34.8%에서 지난해 17.7%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다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 사안은 파업 과정에서 폭력 행위를 행사한 조합원의 복직 문제다"라며 "일부 실형 선고를 받은 이들에 대해 소송을 취하하고 전원 복직을 전제로 요구하고 있어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