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국내 증시에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조세피난처는 2800명의 투자자들이 7조7000억원어치의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케이만군도로 나타났다.
이들 케이만군도 투자자 일부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차려놓고 국내에 우회 투자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일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국내 증시에 투자한 케이만군도 투자자는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7.7%에 달하는 2796명이다. 미국(1만2163명)과 일본(3444명)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수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과 채권은 각각 6조5650억원, 1조850억원으로 총 7조6500억원에 달한다. 주식 보유액으로는 전체 외국인 주식 보유액인 399조3820억원의 1.6%고, 채권 보유액은 전체 외국인 채권 보유액 97조3920억원의 1.1% 수준이다.
증권 보유액은 비밀계좌가 많이 개설된 스위스와 비교하면 적은 편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에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투자 규모는 4월 말 현재 보유액이 4조8780억원, 채권 보유액이 5조1160억원으로 총 9조9940억원이다. 홍콩의 경우 주식 6조6250억원, 채권 13천140억원으로 총 투자액이 7조9390억원에 달한다.
버진아일랜드의 경우 유명세에 비해 국내 주식과 채권 투자 규모는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규모를 발표할 때 버진아일랜드를 별도 국가 항목으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조세피난처의 국내 투자금액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이들 중 '검은 머리 외국인'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외국으로 빼돌린 자금을 외국 금융회사를 통해 국내에 다시 투자하면 실제 국적과는 무관하게 ‘외국인 투자자’로 구분돼 국내에서는 진짜 신분을 확인할 길이 없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검은 머리 외국인이 작전 세력과 공모해 ‘주가 띄우기’ 등의 시세조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주식시장이 외국인 태도에 따라 좌우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CJ그룹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검은머리 외국인’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차익을 실현한 뒤 비자금 규모를 늘려온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