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스포츠 의류업체 코오롱이 해고 노동자들과 동조하는 일반 시민들의 불매운동을 막기 위해 전국 102개 유명산에 사실상 출입금지인 ‘업무방해 및 신용훼손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소비자의 권리인 ‘불매운동’에 대해 국립공원을 비롯한 102개 명산을 대상으로 가처분신청이 제기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주)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오롱)는 지난 13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이하 정투위) 위원장을 포함한 3명에 대해 전국 코오롱 매장과 유명 산에서 1인 시위 등 불매운동을 금지하는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코오롱은 가처분 신청에서 이들이 코오롱스포츠 242개 매장과 전국 102개 유명산에서 1인 시위, 현수막과 피켓, 유인물 배포, 스티커 부착, 집회를 하거나 제3자에게 하도록 할 경우 1일 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다시 말해, 최일배 위원장 등 3명 뿐 아니라 일반 시민이 등산을 하면서 코오롱 불매운동 관련 1인 시위를 하는 경우에도 최 위원장 등에게 책임을 지워달라는 것이다.앞서 2005년 2월 코오롱은 생산직 노동자 78명을 정리해고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노조 측은 민주노조를 해체시키기 위한 작업이라고 비판해왔다.해고자 중 16명으로 구성된 코오롱 정투위는 지난달부터 북한산, 청계산 등 서울 5대 산에서 ‘코오롱 스포츠 불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등반하거나 피켓을 이용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이와 함께 시민과 지역 사회단체들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사 측에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코오롱 측은 대화 요구에 귀를 열지 않았다.이에 시민들이 소비자로서 코오롱 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정투위는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유명산과 등산객을 상대로 ‘불매운동 등 업무방해금지가처분신청’이 나온 것은 사상 처음”이라며 “개인 소유가 아닌 산에서 특정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엽기적인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최일배 위원장은 기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한라산·지리산이 코오롱 이웅렬 회장 뒷동산이냐?”면서 “코오롱은 102개 유명산을 대상으로 한 초유의 소송을 중단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라”고 요구했다.그는 “갑 중의 갑인 코오롱이 돈의 힘을 이용해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방해하는 ‘유명산 및 등산객 탄압 소송’은 전 국민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고, 도리어 불매운동을 확산시키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최 위원자은 이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어리석은 일을 중단하고 3000일 동안 거리에서 절규하는 해고노동자들을 정든 일터와 가족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주봉희 민주노총 비대위원은 “코오롱이 치졸하게 한라산 지리산에 등산가지 말라고 가처분을 신청하며 개콘을 시작했다”고 힐난했다.주봉희 비대위원은 “이제 여름이 다가오는데 코오롱은 수영복도 만드니 해수욕장에서 조끼를 입고 활보하면 해수욕장 가처분을 내고, 다음달 ILO총회에서 민주노총 임원과 노조 관계자가 조끼를 입으면 비행기 기내 출입 가처분을 내고, 명동과 남대문 등 시내 곳곳에서 조끼를 입으면 명동 출입 가처분을 낼 거냐?”고 되물었다.주 비대위원은 “2년 전에 산 이 코오롱 신발을 이젠 신지 않겠다”면서 단상 앞으로 내던지고는 “그동안 참아왔는데 민주노총 1765개 사업장에 지침을 내려 코오롱 불매운동을 확산시키고 민주노총 80만 조합원과 함께 코오롱 자본에 대한 전면적 불매운동과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민주노총 법률원장을 맡고 있는 신인수 변호사는 “불매운동은 정리해고로 고통받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며, 코오롱의 가처분은 시민운동에 대한 탄압의 선례이자 신종 노동탄압”이라며 “정리해고 기업은 나쁜 기업이며 사회적 지탄을 받고 그 결과를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류하경 변호사는 “시민들의 불매운동은 업무방해죄 및 신용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아 코오롱의 재산권 및 영업권, 경제적 신용 등은 침해의 우려가 있는 권리가 될 수 없어 가처분 신청은 부적법하다”고 지적했다.한편 안티코오롱원정대는 코오롱 투쟁 3000일을 맞아 불매운동을 더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5월11일부터 수도권의 관악산과 북한산, 도봉산을 등반하며 코오롱 불매운동을 벌여왔다.오는 6월11일 청계산에 이어 8일에는 남산에 올라 1차 안티코오롱원정대 해단식을 갖고, 휴가철을 맞아 6월 말까지 몸조끼를 시민사회단체들에 대여해 매주 산행팀들 인원 합계가 3000명이 될 때까지 1차 집중투쟁을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