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서 판매제한 제품 판매… 전단지까지 돌려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홈플러스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상인회 측과 상생협약으로 합의한 일부 조항을 여전히 이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모르쇠 상생’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홈플러스 합정점은 일부 판매제한 품목을 가공, 판매하는 것은 물론 자사의 전단지를 시장에 배포해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정식 개점한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미 지난 해 8월 오픈 예정이었지만 주변 상인들과의 마찰로 개점이 보류된 바 있다.앞서 홈플러스는 지난 2월 27일 망원동 시장상인 측과 홈플러스 합정점의 판매품목 일부 제한, 상생협의체 상시 운영, 상생협력 프로그램 진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했다.홈플러스는 이 협약에 따라 일부 식품을 팔지 않기로 했으며 판매 제한 품목은 순대, 떡볶이, 한우 국거리 등 15가지로 알려졌다.이 가운데 논란이 된 가공 포장된 순대는 상인회 측의 이의제기를 반영해 현재는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유사 떡볶이로 불리는 불볶이는 상인회 측과의 합의점을 찾아 현재는 판매되고 있다. 당초 논란이 된 불볶이에 대해 망원시장 상인 측은 기존 떡볶이와 다를 게 없다며 판매를 제한해줄 것으로 요청했다.이에 홈플러스 측은 떡볶이 국물에 튀김을 넣어 먹는 메뉴인만큼 떡볶이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상인회 측은 품목제한의 경우 지속적인 이의제기를 통해 현재 심각하게 위반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이행되지 않는 품목도 있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판매제한 품목인 한우국거리 재료인 한우 사골의 경우, 도매가 상품 코너에 포장돼 판매되고 있다. 상인들은 한우 사골이 한우국거리에 해당된다는 입장인 만큼 이 품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홈플러스 측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이에 대해 상인회 관계자는 “국으로 끓일 수 있는 부위가 생각보다 넓다”며 “홈플러스 는 카레용으로 국거리를 판매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판매품목 제한 외에도 이행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다. 당초 홈플러스는 망원시장 내에 전단지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이를 어기고 있을 뿐 아니라, 고객지원센터 또한 설립되지 않는 점 등이다.망원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홈플러스 입점으로 평균 2~30% 매출이 감소한 것 같다”면서 “물론 경기흐름도 작용했지만 시장에서 대형마트가 전단지를 뿌리면 재래시장은 더욱 힘들어진다”고 호소했다.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상생 협약 조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돼있다”면서 “망원시장 상인회와 상생협의체를 통해 (이의가 발생되는 부분에 대해) 점차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망원상인회 관계자는 “재래시장이 빨리 살아날 수 있도록 홈플러스가 상생 협약을 조항을 빠른 시일 내에 조속히 이행해주길 바란다”면서 “의무 휴업일에 맞춰 우리도 원가세일을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우리시장 알리기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다음 달 18일로 예정된 상생협의회에서 홈플러스가 상인회 측의 입장을 제대로 수용할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한편, 홈플러스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이에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동반위 점수 방식은 동반성장 점수 25%, 자금 지원이 43%다. 자금력이 많은 회사가 최고점 받는 형식이라 지원을 위주로 하는 회사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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